『아무런 대책도 없이 예금지급을 막아놓으면 우리같은 중소기업은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돈을 빌리자는 것도 아니고 내 돈을 찾자는 것인데…』 서울에서 주택건설업을 하는 중소기업 사장 C씨(51)는 지난 2일 정부가 9개 종금사의 업무정지와 함께 예금지급을 종결시킨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같았다. 건설경기 악화로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쓰러지는 가운데서도 85년 창업한 이래 비교적 건실한 경영으로 회사를 이끌어오며 그동안 종금사에 예치해놓은 입금액이 60억여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직원들 월급이며 거래처 결제대금으로 나갈 돈인데 찾을 수가 없다니 「이렇게 망하는 거구나」하는 생각뿐이었죠』 그는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거래지점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굳게 닫힌 문을 아무리 두드려봐야 누구하나 나와보지 않았다. 『많은 중소기업이 은행보다 종금사에 예금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담보를 세워야하지만 종금사는 예금실적에 따라 신용대출을 해주기 때문이죠』 C씨도 급전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종금사에 모든 이익금을 예치시켜왔던 것. 그렇다고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모든 돈이 종금사에 묶여 있다는 소문이 나면 채권자들이 몰려와 당장 부도가 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직원들에게조차 쉬쉬하며 혼자서 속앓이를 해야했다. 『지금까지는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다니며 거래처에서 돌아오는 어음을 가까스로 막아왔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지 걱정입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나가야할 돈은 늘고 있으니…』 C씨는 요즘 피가 마른다. 1백50여명의 월급과 연말상여금 지급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