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경제살리기, 다른 쪽은 흥청망청. 공영방송 KBS의 두 얼굴이다. 달러 모으기와 해외여행 상품 자제 등으로 경제 회생에 동참한다는 TV 3사의 홍보가 요란했던 지난 주말을 보자. 지난달 30일 KBS 1TV는 「열린음악회―동전 10원에 담은 사랑」을 내보냈다. 가수들의 공연과 함께 10원 짜리 동전을 모아 불우 이웃과 장애인을 돕는 한편 동전 제작에 드는 비용도 줄이자는 취지다. 이어 「일요스페셜」도 최근 경제 위기 극복에 초점을 둔 「IMF 긴급차입―어떻게 시련을 기회로 만들 것인가」를 내보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 2TV로 채널을 돌리면 거품을 빼자는 공영방송 KBS의 주장이 무색해진다. 지난달 30일 「슈퍼선데이」는 「H.O.T」 「젝스키스」 「구피」 김지호 등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TV를 흥청거리는 장터처럼 만들었다. 유격훈련을 도입한 「나를 이긴다」 코너에서 『바지 벗겨지니까 그냥해요』『지호씨 엉덩이쪽만 물이 묻었어요』 등 선정적 대사와 힘겨워하는 출연자의 모습을 보며 웃고 떠들었다. 앞뒤가 안맞는 KBS의 파행은 지난달 29일에도 있었다. 월드컵 축구 이란―호주전의 KBS 1TV와 MBC 생중계는 전파와 외화를 이중으로 낭비한 대표적 사례. 「경제 위기」이전에 중계계약을 했다지만 중복 중계를 방지하거나 계약을 취소하기는커녕, 상대사에 밀리지 않도록 경쟁적으로 중계하는데만 급급했다. PC통신에는 『공영방송인 KBS가 비싼 중계료를 내며 외국 경기를 생중계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영국 BBC, 일본 NHK와 함께 세계 3대 공영방송임을 자처하는 KBS가 왜 이럴까. KBS내에서는 채널이 두개이므로 편성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해서 KBS 2TV는 공영방송이 아닌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주말 같은 시간대 다큐나 교양적 재미가 실린 프로를 편성한 타방송사를 보면 KBS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