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장애학생 시험장 맞습니까』 19일 오전 약시와 뇌성마비 장애인 수험생 80여명이 수능시험을 치르는 서울 여의도중학교. 1교시 시작 전 딸(21)의 휠체어를 밀고 화장실에 갔던 강혜숙(姜惠淑·45·여)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화장실문에 10㎝ 높이의 턱이 있어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없는데다 장애인용 좌변기나 지지대가 없어 뇌성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딸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 다른 학부모 두 명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딸의 일을 처리한 강씨는 『재활원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는 딸은 장애인용 보조시설이 있으면 혼자서도 충분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뇌성마비 수험생의 「수난」은 화장실에서 끝나지 않았다. 책상 폭이 너무 좁아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자 학생들은 엉덩이는 뒤로 빼고 윗몸은 앞으로 숙이는 어정쩡한 자세로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손놀림이 자유롭지 못한 학생들은 답안지를 정확히 작성하기 위해 평소보다 두 세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펜을 입에 물고 문제를 풀거나 손떨림이 심한 몇몇 학생은 감독관의 허락을 받고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가져온 장애인용 책상으로 교체하거나 매트를 깐 바닥에 앉아 시험을 치렀다. 학부모의 항의에 얼굴만 붉히던 시험장의 한 관계자는 『이 학교에 약시장애인 특수교실이 있어서 해마다 장애인고사장으로 지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시험장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천진난만한 딸은 자신이 수능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해요. 삶에 대한 희망과 꿈을 버리지 않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사회가 조금씩만 더 배려해 줬으면 좋겠어요』 찬바람이 부는 운동장에서 발을 동동거리던 강씨가 기도하듯 당부했다.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