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로공사장은 운전자들에게는 「진땀코스」다. 공사장에 필수적인 각종 안전시설물이 갖춰져 있는 경우는 드물고 여기저기 튀어나온 각종 임시설치물들은 운전자들의 안전운행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 공사장의 경우는 더욱 악명이 높아 공사장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물론 터널작업을 위해 파놓은 공사장으로 차량이 추락하는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18일 밤 서울 내부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가 진행중인 정릉길. 뱀처럼 좌우로 굽은 길을 따라 차들이 거북 걸음을 하고 있었다. 운전자들은 『경사도가 심한 도로도 문제지만 이곳 저곳에 게릴라식으로 설치된 공사장 때문에 마치 곡예운전을 하는 기분』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하철 공사장도 체계적인 공사현장의 관리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의 지하철 6,7,8호선 공사구간은 가능하면 피해가는 코스가 된 지 오래다. 공사구간에 따라 멋대로인 차선도 문제. 지하철 5호선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마포 공덕동로터리의 경우 마포쪽 편도 5차선이던 차선이 갑자기 2차선으로 줄어들어 하루종일 정체가 지속됐지만 「차선 좁아짐」 등의 표지판은 아예 찾을 수 없었다. 강동구 길동사거리∼명일동사거리 구간은 아예 중앙선조차 그어져 있지 않아 차들이 뒤엉키는 일이 다반사였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중랑구 상봉동 상봉파출소앞 지하철 7호선 공사구간에서는 가포장된 도로가 내려앉아 차량끼리 충돌, 운전자들이 중상을 입기도 했다.부산에서도 지난해 3월 동서고가로 전포동에서 문현동으로 달리던 자동차 두대가 연달아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화랑로에서 진행중인 6호선 공사구간을 관할하는 한 경찰관은 『지하철 공사 이후 접촉사고와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며 『시공업체들이 공사비 감축을 위해 마무리를 대충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