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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그림]「맛」은 풍속화 「멋」은 산수화

입력 | 1997-11-19 07:34:00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18세기) 하면 보통 씨름하는 모습(씨름)이나 서당에서 혼나고 있는 소년(서당)을 떠올린다. 일반에게 알려진 단원은 이처럼 「조선의 대표적 풍속화가」정도. 그는 물론 풍속화가다. 그러나 풍속화는 단원 작품중 「빙산의 일각」. 따라서 그를 「풍속화가」라 규정짓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닐지라도 결코 단원의 진면목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왜 그런가. 첫째, 풍속화는 주로 초기작으로 전체작품중 일부다. 둘째, 풍속화가 뛰어나긴 하지만 그것을 능가할 정도로 탁월한 걸작이 수두룩하다. 산수 화조(花鳥) 영모(翎毛·새 또는 짐승의 그림) 신선도 등. 셋째, 「씨름」 「서당」 등 낯익은 풍속화들이 들어있는 「풍속화첩」의 그림 일부가 과연 단원의 것인지 의구심이 그치지 않고 있다. 작품마다 기법의 편차가 커 혹시 다른 화원(그림을 그리는 말단 벼슬아치)들이 단원의 그림을 모방해 그렸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오주석 한신대강사(한국회화사)는 『당시 단원이 아니고서는 그같은 수준의 풍속화를 그려낸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단원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보면 수준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단원을어떻게보아야할까. 단원은 풍속뿐만 아니라 산수 인물 신선 화조 영모 불화 등 모든 분야에 능한 천부적인 화가였다. 그를 「화선」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글씨와 문장 음악에도 능통했으며 이러한 그의 인문학적 예술적 깊이가 단원 미학의 배경이 됐던 것이다. 일개 화원의 신분이면서도 정조의 총애를 받아 어진(御眞·임금 초상화)과 「화성능행도(華城陵幸圖·정조의 수원 행차모습)」 등을 그려 진상했다는 사실은 그의 예술적 재능이 어떠했던가를 능히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단원의 화가로서의 면모는 52세 원숙기에 그린 「단원절세보첩(檀園折世寶帖·일명 병진년화첩)」에 잘 드러난다. 이 화첩은 화조산수도(花鳥山水圖)로 여백을 구사하는 넉넉함, 특유의 깊이있는 공간감각, 넘쳐흐르는 시정(詩情), 투명하고 그윽한 분위기 등 단원 미학의 절정을 보여주는 걸작중의 걸작. 이중 「소림명월도(疎林明月圖)」에 대한 오주석씨의 설명을 보자. 「단원은 가장 심상(尋常)한 것이 가장 영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에 대한 이 완벽한 감정이입은 보는 이의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림명월도의 자연은 자연보다 더 자연답다」. 이럴진대 단원을 그저 「풍속화가」 정도로만 이해한다면 단원을 왜곡하는 것일 뿐만아니라 위대한 한 예술가에 대해 커다란 누를 끼치는 것이 아닐까.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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