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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새책]「서정주의 세계민화집」

입력 | 1997-11-15 09:27:00


「큰 시인 할아버지」의 정깊은 목소리와 그윽한 눈빛이 느껴지는 「서정주의 세계민화집」(비룡소). 미당(未堂)특유의 구수한 「입말」이 녹아 있는 다섯권짜리 민화집이 오랫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어린애라 놔서」(어린아이이기 때문에), 「내둘내둘하니까」(내두르니까), 「고마워라고」(고맙다고 하면서)…. 표준말의 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살금살금 섞어 쓰는 지방사투리가 마치 시원한 바람이 드는 정자나무에서 도란도란 들려오는 할아버지의 목소리처럼 고소하기만 하다. 「꽃을 피워 우는 새」 「매가 꿩이 가엾어 울고 있어서」…. 언뜻 문법상으로는 어긋나 보이지만 소리내어 읽어보면 곧바로 가락이 느껴지는 우리말이 살아 움직인다. 여기에 「바람만 바람만」(바라보일 만한 정도로 뒤떨어져 따라가는 모양), 「풍덩실」(물 위로 뛰어내리는 모양)과 같은 새롭고 아기자기한 의성어와 의태어가 넘쳐난다. 이 민화집은 우리의 전래동화와 고전에서 추려뽑은 일화(逸話)를 비롯, 아프리카 가나에서 동유럽의 헝가리에 이르는 세계 69개국 1백57편의 민화를 담고 있다. 어린이들이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각나라의 역사와 문화 생활 관습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했다. 「학습효과」가 솔찮다는 평이다. 아름다운 그리스의 신화, 애틋함 속에 놀라운 삶의 통찰을 담고 있는 중국의 민담, 아기자기하고 유머가 넘치는 프랑스의 옛이야기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눈길을 뺏는다. 각국의 이야기를 나라별 대륙별로 분류하지 않고 내용과 주제에 따라 「거짓과 참다움」 「어리석음과 지혜」 「태어남과 죽음」 「욕심과 사랑」 「용기와 희망」편으로 나누었다. 각권 4,000원.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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