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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티베트에서의 7년」

입력 | 1997-11-06 08:21:00


▼「티베트에서의 7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마지막 황제」나 「리틀 부다」에 이르기까지 동양을 보는 서구인들의 파인더에는 다양한 필터가 얹혀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생경한 별천지에 대한 호기심과 환상, 동경에다 서구의 우월감으로 채색된 필터로 인해 동양은 실제보다 터무니없이 왜소하거나 뒤틀린 모습으로 인화되기 일쑤였다. 티베트견문록이라 해도 좋을 「티베트에서의 7년」(황금가지)에는 이런 감정의 과잉이 없다. 오스트리아 등반가 하인리히 하러가 50년대에 쓴 이 책은 흑백사진을 곁들여 중국이 점령하기 전 유일한 신정(神政)국가였던 티베트의 마지막 모습들을 다큐멘터리 필름처럼 그려내고 있다. 티베트 수도 라사의 맑고 따가운 햇살과 눈덮인 히말라야의 산봉우리, 봄의 모래폭풍과 겨울의 살인적인 추위를 종교의 힘으로 이겨내는 티베트 사람들의 초상이 잡힐 듯 다가온다. 세계 최초로 아이거북벽을 정복한 스물여섯살의 등반가 하러. 그는 독일의 낭가 파르바트 원정에 참여했다 귀국하는 길에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맞는다. 영국군에 체포돼 인도의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그는 몇 번의 탈출시도 끝에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중립국인 티베트로 가는데 성공한다. 저자의 드라마틱한 모험담으로 꾸며진 1권은 「대탈주」와 「클리프 행어」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긴장과 경탄을 동시에 안겨준다. 외국인에게는 「금단의 도시」였던 라사에서의 생활이 담긴 2권에는 티베트인들의 생활과 종교 사회제도 풍습 등이 소개돼 있어 여행안내서로도 손색이 없다. 죽은 사람의 시체를 토막내 새가 먹도록 하는 조장(鳥葬)풍습, 흙 한 삽을 뜰 때도 생명을 다치게 할 까 봐 흙속의 벌레들을 일일이 골라내고 어디서나 버터램프를 태우며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책은 저자가 13세 소년인 달라이 라마를 만나 서양의 지식과 티베트의 사상을 서로 나누는 친우이자 스승이 되는 부분에서 절정을 이룬다. 초대 달라이 라마의 14대 화신이자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는 달라이 라마의 지적 열정과 인간적 숨결이 느껴진다. 중국의 침공으로 51년 서구사회로 돌아온 저자는 감춰진 왕국 티베트를 세상에 알렸다. 이상향도 미개국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티베트에서의 7년」은 장 자크 아노감독의 영상으로 최근 미국 등지에서 개봉돼 티베트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작에 비친 저자의 이미지와 하러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의 연기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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