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엘니뇨현상이 심화되면서 가뭄 피해가 커지고 그 결과 인도네시아에서는 화전민이 낸 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번지고 있다. 동남아 여러나라가 매연 속에 질식의 고통을 받아야 했다. 기후변화는 자고로 천재(天災)라고 여겼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로 그 원인이 조금씩 이해되면서 천재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일어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채택한 「기후변화기본협약」이다. 이는 탄산가스 메탄가스 등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의 농도가 계속 증가해 지구기온이 상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기본원칙에 찬성한 국제적 환경협약이다. ▼ 과거 탄산가스 다량배출 ▼ 국제적으로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는 기본원칙에 합의하는 협약(Convention)을 우선 맺은 뒤 체약국들이 모여 구체적 규제방안과 일정을 의정서(Protocol)형식으로 결의하는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의 규제가 빈협약과 몬트리올의정서로 도입된 것이 좋은 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산가스의 배출을 규제하는 의정서를 채택하기 위해 제3차 체약국회의가 12월 일본의 교토(京都)에서 열릴 예정이다. 금년이 유엔환경개발회의 5주년이 되는 해로 10년 주기의 중간단계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강하게 일고 있다. 지금까지 소극적이던 미국도 여론에 밀려 규제원칙에 찬성하고 나섰지만 「개도국의 참여의무」를 전제하고 있다. 선진국은 미래 어느 시점까지의 탄산가스 배출량을 과거 어느 시점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공약하면서 개도국에도 이와 같은 의무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나라가 선진국의 공격 목표가 되고 있는 선발 개도국 한국이다. 한국은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높고 또 화석연료 의존도도 높아 선진국처럼 탄산가스 배출량을 일거에 감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산업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에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같은 의무가 부과된다면 한국은 경제성장을 중단해야 하는 운명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이 환경정의(環境正義)를 앞세워 무차별적인 횡포를 부린다 해도 우리는 논리로 대응해야만 한다. 에너지를 관장하는 통상산업부, 환경문제를 다루는 환경부,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다루는 과학기술처 등 모든 행정조직과 국민이 함께 참여해 국제협상에 임하는 외무부를 지원해야 할 때다. 석탄과 석유를 태우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탄산가스는 사실 산업혁명 이후 그 농도가 증가했다. 오늘날 선진국은 경제개발을 완성하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면서 탄산가스 배출량을 억제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과거에는 경제개발을 하면서 석탄과 석유를 많이 써 지금의 한국처럼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왔다. ▼ 한국 규제유예논리 펴야 ▼ 따라서 온실가스에 관한 한 선진국은 「역사적인 누적책임」을 져야 한다. 또 누적량에 비례해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각종 시설과 기술개발에 투자할 책임도 갖고 있다. 물론 한국도 향후 누적 총량에 비례하는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만 우리의 경제상황이 오늘날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적어도 「역사적 유예」는 받아야 할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개도국의 의견을 결집해 이같은 「유예」를 논리로 얻어내야 한다. 개도국의 논리는 충분히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리도 지금부터는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이용효율의 극대화 그리고 화석연료의 대체기술 등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일본처럼 탄산가스 감축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박원춘(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