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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이른바 「DJP연대」를 성사시킴으로써 집권가능성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양당은 내각제개헌을 고리로 뿌리가 다른 두 당을 접목하고 「새로운 열매」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양당이 합의한 내용에는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철저히 밀실에서 국가 권력의 틀을 주물렀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로 「DJP집권」에 성공한다 해도 개헌 등 일정에 쫓겨 국정표류 가능성이 큰 것도 문제다.》 ▼ 집권후 혼란 DJP공동집권 프로그램에는 「공동정부 운영협의회」가 들어있다. 그러나 이 기구가 오히려 집권 후의 국정과 정국혼란의 주무대가 될지 모른다. 우선 내각제 개헌시한이 「99년말」인 점을 감안할 때 공동정권은 집권기간 내내 개헌논의에 시달릴 것이다. 협의회 역시 「개헌 논쟁장」화하고 정권획득에 실패한 정파들도 연정(聯政)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새정권 출범 직후부터 개헌논의에 가담할 가능성도 높다.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힘겨운 경제가 「소모적 개헌논의」에 발목이 잡히고 남북관계마저 국정 우선순위에서 밀릴 우려도 있다. 홍사덕(洪思德)정무장관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개헌논의로 국정이 표류하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DJP합의를 파기하고 전격적으로 「개헌유보」를 선언하는 상황이 올 경우도 없지 않다. 그 경우 87년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의 「4.3호헌조치」때처럼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 밀실합의 양당은 DJP후보단일화 협상을 시종 「밀실(密室)」에서 진행했다. 각각 13인으로 구성된 양당 후보단일화협상 추진위원회가 있긴 했지만 협상은 철저하게 「김대중총재―한광옥(韓光玉)부총재」 「김종필(金鍾泌)총재―김용환(金龍煥)부총재」선에서 이뤄졌다. 27일 공동정권 합의문이 본보에 보도되자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부총재가 「내각제개헌후 초대대통령과 수상의 선택은 자민련이 우선권을 갖는다」는 합의사항을 지적하며 『국민선택권을 무시한 합의』라고 거세게 반발한 것도 밀실협상의 후유증이다. 국민회의의 한 소장의원은 『「자리 나눠먹기」라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 지분문제에 관한 구체적 합의사항들은 「이면합의」를 해놨기 때문에 나중에 그 해석을 둘러싸고 공동정권 내부에서 권력투쟁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밀실합의의 속성상 예컨대 각료 단체장 국회의원공천 등 구체적인 자리문제를 놓고 양당이 대립할 경우 3당합당 직후 정국을 뒤흔든 「내각제각서파동」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양원제 양당은 현재의 단원제 국회를 상 하원 양원제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상원의원의 수는 하원의 4분의1로 하고 시 도별 광역선거를 통해 뽑겠다는 것이다. 상원은 하원결정을 추인하는 기능만을 담당하는 명예직. 지금의 의원수(내각제하의 하원)도 결코 적지 않은데 75명의 의원을 더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양원제는 미국 독일 스위스 등 연방제 국가구조를 가진 나라에서는 필요하지만 한국과 같은 단일국가에서는 불필요한 「옥상옥(屋上屋)」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특히 상하원이 대립할 때는 정국불안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내각제 실험」을 했던 60년 제2공화국에서도 지역 명망가들로 상원격인 참의원을 구성했다. 그러나 사실상 「원로원」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했다. 결국 양원제는 정치인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자리 늘리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내각제가 되면 의석이 늘어나 그만큼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내각제에 비판적인 의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유인책」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 정권나누기 양당의 단일화협상은 철저한 「권력 나눠먹기」 협상이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집권이후 공동정부의 각료는 물론이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천명의 공무원 및 정부산하단체장에 대한 인사권, 98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동등하게 지분을 나누겠다는 것이 양당의 합의사항이다. 이같은 합의에 따라 집권후 양당 동수로 구성할 「공동정부운영협의회」는 지분과 자리를 배분하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기구가 될 전망이다. 이때문에 벌써부터 양당 안팎에서 공동정부운영협의회는 80년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뒤에 만들었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와 비슷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양당은 더욱이 내각제개헌 이후 자민련이 대통령과 수상직 중 하나를 먼저 선택토록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국민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야합」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국민회의 내부에서 『그같은 합의는 국민과 당원을 무시하는 월권행위』라는 강한 반발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창혁·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