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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李총재]끝없는 내우외환…청와대와 갈등

입력 | 1997-10-19 19:55:00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벌이는 싸움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우선 이총재의 이른바 「차별화」 전략에 대해 청와대의 반발이 워낙 거세다. 당내에서도 비주류 뿐만 아니라 일부 주류의 「등돌림」도 심상찮은 수준에 이르렀다. 이총재측은 92년 대선자금 조사와 관련, 만인평등론을 내세운 이총재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조홍래(趙洪來)정무수석이 강력히 반발하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하순봉(河舜鳳)운영특보 등은 『조수석이 뭔가를 모르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지만 일부 측근들은 청와대와의 갈등이 깊어질 경우 득될 게 없다며 불안해 한다. 특히 조수석이 공개적으로 이총재를 비난하자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심중을 전한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한측근은 궁극적으로 3김청산이라는 대의(大義)에 청와대가 걸림돌이 된다면 결국 밟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며 잠재적 전의(戰意)를 내비쳤다. 이총재는 조만간 김대통령과 직접 만나 이 문제로 빚어진 앙금을 해소한다는 생각이다. 청와대와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당내 비주류의 반발과 이어진다. 그러잖아도 비주류측에서는 이번주부터 후보교체론 공론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대통령이 이총재에게 등을 돌릴 경우 민주계 등 비주류측에 이보다 더 좋은 빌미가 없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류마저 가세한 「반(反)DJ대연합」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이총재가 마음을 비우고 「반 DJ연합」에 가담한 뒤 11월경 지지율 추이를 보아 후보를 결정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물론 이총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상 최초로 자유경선을 거쳐 대통령후보가 된 만큼 「여당후보〓이회창」이란 등식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집안」사정이 이러니 DJ비자금 문제제기로 촉발한 국민회의와의 일전(一戰)도 기대만큼 되지 않고 있다. 싸움을 잘못 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나 「적어도 DJ 비자금 문제에서만은 밀릴 수 없다」는 게 이총재의 결의다. 그는 21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야당이 증거를 제시한다면 나의 경선자금 수사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표시, 또 한번의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검토중이다. 이총재가 이처럼 당안팎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나가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지지율이 뜻대로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DJ 비자금 문제 제기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주요 5인후보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고 심지어 일부조사에서 이총재 지지율이 더 떨어진 것으로 드러나자 이총재측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이총재측은 『이번주초에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해 당을 선거체제로 전환할 경우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며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민심의 지지율이 결국은 당내 화합과 청와대와의 관계, 여야의 맞대결 구도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만큼 쉽사리 반등(反騰)하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당내에 확산되고 있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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