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박막 디스크 등 30여종의 컴퓨터 핵심부품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대표적인 첨단기업」. 잘 나가는 벤처기업으로 알려진 태일정밀이 관계사인 뉴맥스와 함께 부도유예협약대상 기업으로 지정돼 업계의 충격이 크다. 태일정밀은 올 상반기(1∼6월)에만 매출액 2천8백56억원에 당기순이익 67억원을 기록, 외형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기업. 또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컴퓨터 부품업체라는 입지도 최근까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이 회사는 또 리튬이온전지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군(軍)위성정보통신부문에서도 선발주자로 나서는 등 첨단산업분야의 사업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이런 태일정밀이 부도위기에 몰리게 된 것은 과도한 사업확장과 금융시장 경색 때문. 태일정밀은 최근 4년동안 △중국에 합작회사 설립(2억5천만달러·2천2백50억원) △대구종합금융 지분인수(9백50억원) △대전동물원(2백억원)과 청주방송(1백억원), 수원터미널(3백억원)에 대한 투자 등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구사해왔다. 이 정도 자금수요는 금융시장이 정상이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최근 기아사태로 급속히 경색된 시장은 태일정밀을 헤어날 수 없는 자금난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