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취업난 앞에 「자존심」없다』…명문대 취업박람회 장사진

입력 | 1997-10-07 19:56:00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7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에서도 대규모 취업박람회가 열려 「취업 한파」를 실감케 했다. 서울대와 연세대가 교내에서 취업박람회를 개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현대 삼성 대우 쌍용 등 30개 대기업이 서울대 문화관에 마련한 50개 부스에는 하루 동안 2천여명의 학생들이 몰려들어 취업열기를 반영했다. 올 겨울 졸업을 앞둔 강일성(姜一成·25·경제학과)씨는 『최근 언론에서 「취업난이 명문대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라고 보도한 것을 본 뒤부터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이상갑(李相甲)장학과장은 『예년에는 원서가 취업정보실에 쌓여 있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보이기가 무섭게 동난다』면서 『취업난이 극심한데 서울대생이라고 해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에서 박람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연세대와 고려대도 마찬가지. 두 대학 취업박람회에도 이날 각각 4천여명이 몰려 들었다. 특히 인문사회계열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취업 기회가 많은 이공계생들도 대거 참여해 전공과 상관없이 취업난을 겪고 있음을 엿보게 했다. 2, 3년 후의 취업에 대비하기 위해 찾아온 2, 3학년생들과 원서를 구하기 위해 지방대에서 「원정」온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연세대생 현석(玄奭·26·경제학과 4년)씨는 『몇년 전만 해도 선배들은 오라는 회사가 많아 「즐거운 고민」을 했다고 하지만 요즘은 떨어질 것에 대비해 여러 회사에 응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람회장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며 입사원서를 한 장이라도 더 얻으려는 여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고려대 홍수경(洪秀炅·여·경영 4년)씨는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축소할 때 여자부터 줄인다고 들었다』며 『같은 과의 여자친구 중에는 대기업이나 외국인회사 취직이 어려워지자 전공과 거의 무관한 비서직 등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는 9, 10일 이틀간 일제히 취업박람회와 기업설명회를 개최한다.취업전문지인 리크루트는 오는 23, 24일과 11월 20, 21일 두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채용박람회를 열 계획이다. 〈김경달·부형권·박정훈기자〉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