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홍콩에서 열린 세계은행의 특별세미나에 미국 MIT공대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만이 초청돼 강연을 했다. 그가 94년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의 경제기적이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했을때 아시아 경제인들은 반신반의했으나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인사들은 그의 말을 강의실의 학생들처럼 열심히 들었다. 최근 태국의 통화위기가 동남아 각국으로 파급돼 아시아경제의 취약성에 대한 그의 전망이 입증됨으로써 그의 발언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크루그만 교수는 22일자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도 다시 한번 『아시아라고 게임의 룰에 예외가 될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이 지금까지 이룬 고도성장은 국민의 우수성과 오랜 전통과 같은 「신비적인 배경」때문이 아니라 단지 값싼 노동력으로 값싼 제품을 만들어낸데서 기인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의 핵심이다. 이같은 경쟁력은 임금상승과 중국의 시장진출로 쉽게 잠식돼버렸고 생산성은 서구 선진국가에 미치지 못해 향후 10년은 과거 10년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2,3% 둔화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경제를 움직이는 원리는 『우즈베크나 뉴욕이나 말레이시아가 똑같다』면서 『서구가 아시아에 대해 뭔가 배울 게 있긴 하지만 아시아야말로 세계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