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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정영태/조순시장이 떠나던 날

입력 | 1997-09-10 20:05:00


10일 오전 10시20분 서울시청 뒤뜰 만남의 광장에서 열린 조순(趙淳)서울시장의 이임식장. 조시장은 이임사에서 먼저 『시민 여러분이 맡겨준 영광스런 서울시장직을 다 끝내지 못하고 떠나게 된 데 대해 시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구청장과 직원 등 1천여명은 몹시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떠나는 시장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청사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은 유리창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행사를 지켜봤다. 조시장은 이어 『비내리는 삼풍백화점 참사현장에서 시장으로 집무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시정현안들과 씨름하며 밀도있는 나날을 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당에 앉아있던 몇몇 여직원들이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중간중간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5만4천여 서울시 공무원들은 강덕기(姜德基)행정1부시장을 중심으로 단결해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임사가 끝나자 시립합창단원은 「선구자」와 「희망의 나라로」를 불렀다. 조시장은 이임식이 끝나자 재임중 애착을 갖고 추진했던 남산3호터널 혼잡통행료 징수현장에서 직원들을 격려한 뒤 당산철교 철거현장으로 향했다. 조시장은 당산철교 철거 여부를 놓고 크게 고심했던만큼 철거현장 방문을 마지막 공식일정으로 택했던 것. 그는 현장사무소 2층 상황실에서 관계자들로부터 철거추진에 관한 브리핑을 들었다. 이윽고 브리핑이 끝나자 그는 벽면에 있던 설계도면을 가리키며 몇가지 질문을 던진 뒤 철거현장을 찾아 나섰다. 그는 한강변도로 위에 설치된 철제다리 위에 올라가 「자신의 결단으로」 철거가 진행중인 당산철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시장은 무엇인가 감회에 젖은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조시장은 이날 낮 12시15분경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현장을 떠났다. 〈정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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