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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 「세일러문」, 방영중단으로 『시끌』

입력 | 1997-09-10 07:58:00


『세일러 문을 돌려주세요』 8일 KBS2의 만화영화 「달의 요정 세일러 문」이 방송 끝을 알리자 주고객층이었던 여자어린이들 사이에 난데없는 울음보가 터져나왔다. PC통신에서도 거센 종영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소동을 낳고 있다. 「세일러 문」 인형과 장신구가 불티나게 팔리기도 한다. 「세일러 문 종영 신드롬」이다. 「세일러 문」의 갑작스런 종영은 방송위원회의 방송불가 판정 때문이다. 방송위는 최근 만화 사전심의 과정에서 KBS가 이번 주부터 방송하려던 「세일러 문SS」편이 선정적이고 어린이의 정서와 맞지 않아 내보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세일러 문」은 원래 일본의 여류만화가 다케우치 나오코가 청소년 잡지 「나카요시」에 연재하던 만화다. 92년 TV만화로 만들어진 이래 일본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등에서 방영되면서 세계 만화시장을 사로잡은 「저패니메이션(Japan+Animation)」중에서도 첫손에 꼽힐 만큼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부터 방송돼 한편으로는 캐릭터상품이 동날 정도의 상업적 성공과 「마니아」의 증가, 또 한편으로는 선정적인 일본만화 추방운동의 표적이 될 만큼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는 주인공의 대사는 어린이들사이에 유행어로 자리잡기도 했다. 「세일러 문」이 만화영화로는 드물게 20%안팎의 시청률을 올릴 정도로 화제를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창완 세종대 강사(영상만화학)는 『평범하고 때로는 멍청하기까지한여학생이정의의전사로 변하는 세일러문의「변신」이여자아이들이 갖기쉬운신데렐라콤플렉스와맞아떨어졌기때문』이라고분석했다. 또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반전을 거듭하는 선악의 대결구도도 만화의 허구적인 세계에 열광하는 「카오스 세대」를 빨아들인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도 「세일러 문」이 종영되자인터넷에 「세일러문을살리자」는사이트가만들어졌을정도. 그러나 쭉뻗은 여자의 다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집단적인 악행을 벌이는 등 일본특유의 문화가 배어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편 KBS는 방송위원회에 「세일러 문」의 재심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방송위 관계자는 『방송불가 판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위의 이번 결정은 TV만화영화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일본만화영화의 비중을 낮추기 위한 시도의 하나로 알려져 앞으로 TV에서 「세일러 문」을 보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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