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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94)

입력 | 1997-09-10 07:58:00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20〉 『찬찬히 살펴보고 이것이 대체 어떤 물건이며 값은 얼마나 나가겠는지 알아봐주게』 왕은 이렇게 말했고 마루프는 왕의 손에서 보석을 받아들었다. 그런데 마루프는 보석을 받아들자마자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는 힘껏 엄지 손가락으로 눌러 단숨에 그것을 바수어버렸다. 그 보석은 본래부터가 좀 푸석한 것이어서 그렇게 힘껏 누르면 바서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왜 그 귀한 보석을 바수어버리는가?』 왕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보석은 금화 천 닢을 주고 산 희대의 일품으로서 왕은 그것을 대단히 소중히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루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 현세의 임금님, 이것은 보석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기껏해야 금화 천 닢 정도 나가는 광석 조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어찌 보석이라고 하십니까? 무릇 보석이라 함은 금화 칠만 닢짜리는 되어야 하는 것인데, 거기에 비하면 이것은 그저 반질반질한 조약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보석이라고 하면 크기가 호두알만은 해야 합니다. 물론 이 나라 사람들이 가난하여 기막힌 물건을 갖지 못하는 걸 보면 그럴만도 하겠습니다만,임금님처럼 고귀한 분께서 금화 천닢짜리 조약돌 같은 것을 가지고 보석이라고 하시니 저로서는 슬플 따름입니다』 마루프의 말을 듣고 있던 왕이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는 금화 칠만 닢짜리 보석을 갖고 있는가?』 『얼마든지 가지고 있습니다』 마루프가 이렇게 말하자 왕은 탐욕으로 눈이 뒤집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대는 나에게 진짜 보석을 줄 수 있겠는가?』 『드리다마다요. 짐꾼들이 도착하면 그런 보석 따위는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그뿐 아니라 임금님께서 좋아하시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너무나 기뻐 어쩔 줄을 몰라하며 마루프를 더 없이 융숭하게 대접했다. 마루프가 돌아간 뒤 왕은 대신을 불러 말했다. 『오, 상인 마루프는 정말 통이 큰 호인이다. 나는 나의 딸 두냐 공주를 그 사람에게 시집보낼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그가 가진 재물은 모두 내 것이나 다름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그대는 마루프를 찾아가 공주와의 결혼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해보라』 이 말을 들은 대신은 펄쩍 뛰며 말했다. 『오, 임금님, 제가 보기에 그자는 사기꾼에다 허풍선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자에게 공주님을 주셨다가는 반드시 후회하실 일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방금 하신 말씀을 거두어주십시오』 대신이 이렇게 말하자 왕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전에 그대는 내 딸을 달라고 했다가 딸 아이의 반대로 거절 당한 적이 있지. 그때 그 일 때문에 그대는 아직도 나한테 원한을 품고 있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 좋은 혼담을 방해하여 공주의 혼삿길을 막으려 하는가? 어쨌든 좋다. 그러나 이말 한마디는 잘 들어라. 이 일에 관한 한 그대가 참견할 계제가 아니다. 나도 사람 보는 눈이 있다. 내가 산 그 구슬의 진가를 알고도 비위에 맞지 않는다고 바수어버리는 걸 보면 그자는 절대 사기꾼도 허풍선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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