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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마주보기]MBC 「PD수첩-수수페호의 침묵」

입력 | 1997-08-12 08:16:00


지난해 방송위원회가 선정한 프로그램 기획부문 대상을 수상했던 MBC 「PD수첩―수수페호의 침묵」이 12일 밤 11시에 방영된다. 태평양 전쟁 격전지 사이판섬 전몰 희생자 유골발굴에 얽힌 이야기. 1944년7월7일 미군이 사이판을 점령했을 때 일본군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때 한국인 징용자들도 다수 희생됐다. 일본은 사이판 전몰희생자 유골을 집요하게 발굴해 도쿄 지도리가후지 묘원 등에 안치해 왔다. 고대의 유골과 동물뼈까지 훑어갔을 정도. 반면 한국은 이 문제에 무관심해 왔다. 그래서 사이판의 담수호인 수수페 호수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징용 한국인들이 집단 수장됐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사이판 주민들 대다수가 이런 소문을 믿고 있어 이 물을 마시지도 않고 고기도 잡지 않는다. 「PD수첩」 제작진이 수중촬영을 통해 직접 조사에 나섰다. 정부도 외면한 일을 방송이 나선 것이다. 지난해 사이판 침몰선에 세웠던 한국인 해저위령판 실종사건, 사이판 인근 티나인섬의 한국인 위령비 부속물이 일본식으로 바뀐 사건 등도 추적한다. 일본의 유골수집 열의와 한국의 무관심은 무엇을 뜻하는가. 제작진은 일본이 광적인 유골수집을 통해 일본의 희생을 강조함으로써 일본의 전쟁범죄를 희석시킨다고 보고 있다. 반면 극심한 수치와 고통을 겪었던 한국은 태평양전쟁을 차라리 잊고 싶어한다는 것. 제작진은 당시의 실상을 차분하게 추적하며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