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대참사를 겪었고 경부고속철도 부실시공이 한창 문제되고 있는 것을 번연히 보면서도 우리 건설업계는 원시적인 부실공사를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T자형 교각(橋脚) 한가운데가 마치 종이 찢어지듯 갈라진 안양시 박달고가도로는 개통한 지 20일밖에 안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무너져내리기 전에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또 대형 인명사고가 날 뻔했다. 도대체 이런 건설회사가 아직도 공사를 맡아하고 있다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콘크리트 교각이 갈라진 원인은 눈으로 보아도 뻔하다고 한다. 교각을 육안으로 점검한 토목감리사는 교각이 인장강도를 견디게 하려면 통철근을 사용해야 하는데 박달고가도로에는 끊어진 철근을 썼고 그나마 용접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역학원칙마저 무시하고 시공했다는 뜻이다. 이쯤이면 실수가 아니라 무책임하고 고의적인 범죄나 마찬가지다. 현장책임자는 물론 건설회사 대표에게까지 책임을 물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더욱 놀라운 사실은 시공회사가 삼풍백화점을 설계, 시공한 바로 그 우성과 삼풍건설이라는 점이다. 삼풍건설은 삼풍사고로 면허가 취소된 바 있고 우성은 부실시공으로 여러번 면허정지처분을 받은 회사다. 이런 전력이 있는 건설회사에 공사를 맡겼다면 안양시는 감리 감독에 보다 신경을 썼어야 마땅하다. 발주 감리 시공사 사이에 아직도 비리와 눈감기가 여전하고 대충대충 해치우는 못된 풍토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안양시 관계공무원과 감리회사 관계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다했는지, 비리사슬은 없었는지 철저히 가려야 한다. 안양시는 갈라진 교각에 대형 H빔을 받치고 차량을 통행시키고 있다. 위험한 일이다. 차량통행을 차단하고 공사구간 전체 교각은 물론 상판에 대해서도 안전진단을 벌이는 게 순리다. 조금이라도 안전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고가도로 전체를 헐고 다시 건설하도록 해야 한다. 박달고가도로는 4백10억원이나 되는 국민세금으로 건설한 시설물이다. 보강 또는 재시공비용뿐 아니라 그로 인한 불편과 물류비용까지 건설회사가 책임지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상습 부실시공회사는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