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여행/英 체스터]성벽 운하 대성당의 도시

입력 | 1997-07-10 08:18:00


2천년 역사가 숨쉬는 북웨일스의 고도 체스터. 쌓아 올린 돌 무더기 하나에도, 발에 차이는 돌멩이와 풀잎마다 그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다. 그런 고도로의 여행은 역사를 통시적으로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어 좋다. 로마제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곱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는 체스터에 깃들인 영국 역사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자. 서기79년 로마군의 체스터 진공. 당시 이 곳 이름은 디바요새였다. 성벽과 원형극장, 로마가든의 폐허가 그 유적이다. 그후 로마군은 전국에 주둔지를 설치하고 도로를 건설, 4세기경 영국의 로마문화는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5세기에 들어서면서 로마 주둔군은 현지인화해 영국에서 사라진다. 6세기에는 게르만의 일파인 색슨족이 침공, 켈트족을 북쪽으로 몰아내고 대신 앵글로 색슨이 영국에 자리를 잡는다. 요새가 허물어진 체스터에 바이킹족이 침입한 것은 8세기말. 이들에 맞서 싸워 몰락의 위기에 놓인 영국을 구한 색슨왕 앨프리드대왕의 딸은 체스터에서 바이킹을 몰아내고 로마군이 쌓은 성벽을 더 튼튼하게 구축한다(10세기). 다음은 노르만의 정복. 1066년 노르만에서 출정한 정복왕 윌리엄이 에드워드 참회왕의 뒤를 이어 영국 왕위를 계승한다. 이때 초대 체스터백작에 자신의 조카 울프를 임명했다. 현 체스터성은 당시 잔인하게 영국을 유린했던 울프백작이 그 보복에 대비해 구축한 성이다. 중세로 들어서며 체스터는 영국 북부의 중요한 국제교역항이 되어 부유한 도시로 성장한다. 항구의 퇴적지에 영국 최초의 경마장인 로디체스터가 들어선 것도 이때. 체스터는 또 크롬웰과 영국왕 찰스1세가 맞붙은 내전(1640년대)에서 찰스1세의 군대가 대패하며 몰락했던 현장이기도 하다. 1700년대 조지왕조로 들어서면서 영국은 평화를 되찾아 성벽은 지금과 같은 산보길로 변한다. 디강의 물길이 바뀌면서 흘러 내린 퇴적토로 항구도 사라진다. 그러나 근방 체셔의 중심도시가 되며 부유한 상인들에 의해 화려하게 변신한다. 다시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운하와 철도, 도로가 개설되고 더 크로스의 상가와 대성당이 개축된다. 태평성대의 빅토리아시대가 열리고 1897년 여왕 즉위 60년을 맞아 이스트게이트 시계가 체스터에 설치된다. 체스터가 현재 관광지로 성장한 것은 이같은 유적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