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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기록 철저한 관리 시급하다

입력 | 1997-06-22 20:18:00


국가 정책의 결정 과정을 담은 정부 기록을 소중하게 보관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행정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이다. 나아가 한 시기의 국정(國政)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자료를 인위적인 가공 없이 그대로 제공함으로써 역사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선진국들이 다투어 공문서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 문제가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정부의 기록보관 실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 산하에 기록보존소가 있기는 하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 65년 한일수교 회담록이 헌책방으로 흘러나와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니 차제에 공문서 관리에 대한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청와대만 하더라도 金泳三(김영삼)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적인 모임 내용만 기록하고 있을 뿐 실제 중요한 정책 결정이 이뤄졌던 비공식회의와 면담에 대한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실명제와 역사바로세우기 등 굵직한 정책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결정됐는지를 모른다면 김대통령 재임기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10.26 이후 각종 「특단의 조치」들을 남발했던 국가보위비상대책상임위원회(국보위)에 대한 공식기록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정부기록보존소에 보관돼 있는 국보위 관련기록은 국보위 현판이관공문과 관인대장 두 건뿐이다. 정부기록보존소에는 현재 40만권의 각종 문서가 보관돼 있으나 이는 정부기록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4천만점에 달하는 공문서들은 해당 부처가 직접 보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각종 자료들이 창고에 갇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행정당국에 의해 불리한 자료들이 임의로 폐기처분되거나 보관소홀로 훼손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방대한 분량의 조선왕조실록을 남길 정도로 각종 기록을 중요시했으며 이를 통해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했던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 이같은 훌륭한 전통이 단절되고 기록의 관리 보존에 무관심이 팽배해짐으로써 오늘날의 주먹구구식 행정을 초래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정부기록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가 공문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법규를 대폭 재정비하는 일이다. 현재 공문서 관리규정에는 영구보관이 필요한 기록을 기록보존소로 이관하도록 하는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에 해당부서에서 장기간 보관하다가 멸실(滅失)되는 사례가 비일비재다. 아울러 체계적인 문서관리를 위한 전문가의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기록보존소에 대한 예산증액 및 인력보강을 통해 더이상 「기록없는 행정」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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