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중심사상이 장악해온 인류 역사에 대한 패러디. 태고적 우리의 여성성을 한치의 왜곡도 없이 복원해낸다. 여성과 자연의 활짝 피어남을 위해. 국내 유일의 에코페미니스트 화가 김용님(39). 그의 전시회 「한민족의 자연관, 에코페미니즘으로 그린다」가 24일까지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열린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한몸을 이루듯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거기엔 자연과 인간의 분열, 인간과 인간의 소외, 여성과 남성의 차별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죠』 전시 작품은 회화와 판화 60여점. 나무 산과 같은 자연물, 그리고 미륵이 주요 소재다. 뿌리 뽑힌 나무를 부둥켜안은 여성, 그 절박함. 물질문명에 의해 무참히 훼손당한 산을 등뒤로 감싼채 돌진해오는 불도저와 당당히 맞선 여성. 김씨는 이같은 절규가 미륵의 현현(顯現)을 통해 구현되기를 꿈꾼다. 대지 위로 불쑥 솟아오른 미륵, 그 몸에 푸릇푸릇 돋아나는 잎들. 바로 자연의 부활이다. 90년대초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김씨가 에코페미니즘을 만난 것은 5년전. 대학원에서 이 강좌를 듣고는, 말 그대로 『이것이다』라는 외마디뿐이었다. 이후 전통과 신화 속에서 건강한 여성성과 생명의 화합을 찾아내고 있다. 앞으로는 동학과 민간신앙 등 민초들의 삶속에 면면히 이어져오는 우리의 에코페미니즘을 찾아 나설 작정이다. 그의 외침. 『마침내 어떤 때를 부르는 소리가 온누리에 웅성거린다. 자연의 뜻을 마음에 가득 채워 생태계가 새로 태어나는 변혁의 날. 하여, 반생명적인 것이 생명에 의해 정복될 때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분열의 원죄가 폭로되고 자연과 인간이 화해할 때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마침내 찬란한 푸르름의 추억으로 부활하리라』 〈이광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