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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핫라인/또래상담]『우리고민 우리끼리 풀어요』

입력 | 1997-06-17 07:54:00


『나는 그 친구를 좋아하는데 걔는 나한테 관심이 없어요』 『서로 취미가 다른가봐요. 우선 함께 할 수 있는 거리를 찾아보세요』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 곡선중학교 2학년생 교실. 남녀 중학생 12명이 한쌍씩 짝을 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들어주는 이른바 「또래 상담」의 현장. 20년전 미국에서 시작된 또래상담이 최근들어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친구는 청소년기에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동반자.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에게 이야기하기 힘든 이성교제 성고민 학업성적 등도 친구들에게는 거리낌없이 털어놓을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의사소통을 전문상담원만큼 할 능력이 없어 고민을 들어준다 해도 속시원하게 상담해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때문에 전국시도 청소년상담소는 지난 95년부터 또래상담원들을 길러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곡선중학교의 또래상담원들도 경기도 청소년 종합상담실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서 상담을 맡고 있는 김현미씨는 『상담원 교육을 수료한 청소년은 자신의 친구 문제 및 고민을 효과적으로 도와 청소년 문제의 예방과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자아존중 및 타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자기성장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래상담자 훈련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모두 8회로 나눠 실시된다. 첫 회는 집단안에서 자기의 이름을 짓는 것으로 시작된다. 「별이」 「하늘사랑」 등 이 곳에서는 이름 대신 별명이 쓰인다. 다음으로는 각자가 주위에서 겪는 어려움을 얘기함으로써 「우리 또래는 이런 고민이 있구나」하는 것을 느끼도록 한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고민이랄 것도 없겠지만 아이들에겐 심각하다. 곡선중학교 2학년생들이 친구나 부모와 겪는 갈등상황을 들어보자. 『나는 학원에 가고 싶은데 친구는 오락실 가자고 할 때 고민이에요』 『부끄러워 아버지랑 목욕탕 가기 싫은데 계속 같이 가자고 해요』 김씨는 이들의 갈등은 욕구가 서로 다른데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경청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내가 만일 …라면」식의 얘기를 이어나간다. 이날은 「내가 신이라면…」의 주제로 얘기가 진행되었다. 한 여학생은 남자가 되겠다고 했고 한 남학생은 아무 일도 안하고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해 또래들의 핀잔을 받기도 했다. 대화상담법도 배운다. 가급적 「예」 「아니오」로 답하지 않도록 포괄적인 것을 묻는 개방형질문 교육을 받는다. 예를들면 「그래서 기분이 어땠니」 「그럼 넌 어떻게 했는데」의 식이다. 최종 단계는 2인1조가 되어 서로 상담원 역할을 하며 상담하는 시간. 이같은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배출된 또래상담원은 지난 95년이후 전국적으로 수백여명이 된다. 김현미씨는 『이들이 아직까지 구체적인 활동을 안하고 있지만 10대들 사이에 스며들어 알게 모르게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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