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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인성교육현장]『최고보다 「최선」이 더 소중』

입력 | 1997-05-26 08:07:00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텐배캬초등학교 4학년인 크리스텔(11)은 어느날 국어시간에 「깜짝 테스트」를 받았다. 「깜짝 테스트」는 시험이 없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예고없이 치르는 간단한 쪽지시험. 이날 테스트에서는 2,3주 동안 배운 동화의 줄거리나 단어맞춤법 등에 대한 문제가 나왔다. 테스트가 끝난 뒤 선생님은 학생들을 한명씩 불러내 평가결과를 얘기해 줬다. 『크리스텔은 책을 더 많이 읽어야 되겠구나』 국어과목에 가장 자신이 없는 크리스텔은 이번에도 점수가 좋지 않았던 것. 풀이 죽어 자리로 돌아온 크리스텔은 옆자리 클라라(11·여)가 점수가 올라가 칭찬을 들었다는 말을 듣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저는 점수가 낮지만 클라라는 칭찬을 들었다니 기뻐요. 클라라는 저의 친한 친구거든요. 저도 조금만 더 공부하면 나아질 거예요』 친구보다 점수가 낮은데 기분 나쁘지 않으냐고 묻자 크리스텔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이렇게 대답했다. 스웨덴 학생들은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누구나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선생님들도 학생들 앞에서 시험결과를 발표하거나 점수가 가장 좋은 학생을 세워 박수를 치도록 하는 일은 전혀 없다. 채점결과는 선생님의 수첩에 기록해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뿐이다. 스텐배캬초등학교 캐롤린 이너야드(33)교사는 『학생들은 모두 나름대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우열을 가리기보다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스웨덴의 초등학교에는 유난히 자율학습시간이 많다. 선생님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 수준에 맞게 스스로 공부한다. 선생님은 앞에서 가르치기보다는 교실을 돌아다니며 손을 드는 학생에게 다가가 궁금해 하는 부분을 설명해준다. 그날 배운 것을 모두 이해하는 학생은 혼자서 문제집을 풀거나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다른 과목을 공부해도 상관없다. 같은 학년이라도 수준이 다른 서너가지의 교과서가 있어 자신의 실력에 맞는 교과서를 골라 공부하며 실력이 나아지면 언제든지 다음 단계 교과서로 바꿔 공부할 수 있다. 쉬운 교과서로 공부한다고 열등감을 갖거나 어려운 교과서를 받았다고 우쭐해하는 학생도 없다. 또 스위스의 초등학교에는 백일장 수학경시대회 영어웅변대회같은 「경시대회」가 없다. 성적표에도 등수가 나오지 않는다. 등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라면 만족한다. 따라서 이곳에선 어려서부터 자기 취미와 적성, 분수에 맞는 직업을 꿈꾼다. 대통령 연예인 사업가 등 「남보기에 그럴듯한」 사람이 되려고 경쟁하기보다 소방관이나 경찰관처럼 남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을 좋아한다. 제네바 콩타민초등학교에는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상이 하나밖에 없다. 「우정상(友情賞)」이 그것이다. 1년동안 함께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친구를 투표로 뽑아 연말에 상을 준다. 이 학교에 세 아들을 보내고 있는 실비 페드라치니 부인은 『아이들의 성적을 남과 비교해 얼마나 뛰어난지는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얼마나 최선을 다해 지난학기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리히 알트베그초등학교에 두 딸을 보내고 있는 야나 셉스 부인도 『남과 비교하며 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성실히 해나가면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스톡홀름·취리히·제네바〓리진영·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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