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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93)

입력 | 1997-05-26 08:07:00


제8화 신바드의 모험 〈46〉

섬에 당도하긴 했지만 우리 일행은 피로와 불면, 굶주림과 갈증, 추위와 공포로 인하여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 모래톱을 걸어 해안 기슭으로 올라갔습니다. 거기에는 풀이 나 있었으므로 우리는 허겁지겁 그 풀을 뜯어먹었습니다. 목숨을 이어가려면 무엇이라도 먹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었기 때문입니다. 거친 풀들로 배를 채운 우리는 바닷가에 쓰러져 아침이 될 때까지 잤습니다.

눈부신 아침해가 떠오르자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우리 일행은 하나 둘 일어났습니다. 그때 우리의 몰골이란 처참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며 일단 섬의 형편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무리를 지어 섬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저 멀리 인가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을 보자 이제 살았구나 하고 저마다 기쁨의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리고는 허겁지겁 그 집을 향하여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집 앞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수많은 벌거숭이 인간들이 우르르 달려나오더니 한 마디 말도 없이 다짜고짜 우리를 붙드는 게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아무 죄가 없는 선량한 상인들이라고 했지만 아무 소용없었습니다. 우리는 풍랑을 만나 배를 잃고 우연히 이 섬에 표류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야만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밧줄로 줄줄이 묶어 그들의 추장한테로 끌고 갔습니다.

추장은 더없이 야비하게 생긴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두 눈은 쭉 찢어지고 이마는 툭 불거져나와 있었는데 그 모습이 사나운 야수 같았습니다.

그는 우리를 굽어보며 앉으라는 시늉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자 그의 부하들이 우리를 위하여 음식을 날라왔습니다.

그런데 그 음식이라는 것이 여때까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얄궂기 짝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동료들은 너무나 배가 고팠던 터라 앞뒤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것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더러운 음식을 보자 속이 메스꺼워 손도 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알라의 은총이었겠지만 내가 오늘날까지 이렇게 살아 있게 된 것도, 내가 지금 이렇게 여러분에게 내 항해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때 그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왜냐하면 그 음식을 먹은 나의 동료들은 하나같이 눈빛이 이상하게 변하는가 싶더니 분별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일단 한번 그 음식에 입을 댄 나의 동료들은 흡사 악령에라도 씐 미치광이처럼 허겁지겁 그 음식을 먹어댔습니다. 그러자 야만인들은 야자유를 따라 나의 동료들에게 먹였습니다. 그러자 나의 동료들은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더니 입고 있던 옷을 죄다 벗어던지고 몸에다 야만인들의 야자유를 발랐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그 더러운 음식을 아귀아귀 먹어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분별력뿐만 아니라 평소의 습관마저도 모두 잊어버린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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