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상속제도는 동양에서 가장 개방적인 전통을 갖고 있었다. 18세기때만 해도 딸에게 아들과 똑같은 비율로 재산을 물려주도록 했으며 수양아들이나 수양딸까지 상속인이 될 수 있었다. 당시 딸에게 상속을 인정한 국가는 아시아에서 베트남과 우리나라 뿐이었으며 중국은 남송(南宋)시대에 잠시 허용했을 따름이다. 이후 유교적 가족제도가 강화되면서 우리도 장자(長子)를 우대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아들 딸의 차별도 생겨났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 것은 우리 선조들도 마찬가지였다. 재산이란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므로 자손들에게 넘겨야 하며 남에게 주는 것은 불효라는 생각이었다. 세상이 크게 변한 오늘날에도 재산상속 관습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아직도 혈연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와 자신의 가족만 잘 살면 된다는 가족이기주의 탓이다 ▼최근 잇따라 보도된 부산 염색업체 대표 徐鐵守(서철수)씨와 고려대 金敏洙(김민수)명예교수의 재산과 관련된 미담은 삭막한 세태에 모처럼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서씨는 불치의 폐암을 선고받고 50억원의 전 재산을 종업원들에게 나눠 주면서 국내 제일의 염색업체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김교수는 넉넉지 않은 교수생활을 통해 평생 모은 10억원으로 학술연구를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했다 ▼선진외국에서는 저명 기업가들이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범한 시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평생 사회로부터 은덕을 입었기 때문에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 이외의 재산은 사회의 몫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개인보다 사회 전체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이들의 용기있는 결단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