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유통계의 큰손 신나라 유통㈜이 연루된 아가동산 사건은 金己順(김기순)씨 등이 살인 혐의에 대해 20일 1차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음으로써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음반유통업계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거듭나기의 과제를 안겨주었다. 김씨와 신나라유통 대표이사 姜活模(강활모)씨가 탈세 등으로 수십억원의 벌금과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음반유통의 「검은」 구석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부터 부끄러운 대목이다. 사건은 30여개 회원사를 가진 도매상연합회와 신나라와의 갈등에서 비화됐다. 물론 신나라가 매출액을 2백억원 넘게 누락시킨 점이 드러난 것은 수사과정의 「곁가지」다. 그러나 문제는 매출액 누락이 신나라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음반유통구조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지난해말 음반 도매상 10여군데가 수천만∼수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했던 것처럼 매출액 누락은 업계의 해묵은 「악습」이다. 세금도 줄이고 가수의 로열티를 적게 주려는 제작사의 「협력」도 한몫한다. 또 면세점(연간 3천5백만원)을 넘지 않으려고 일정부분 「무자료」 거래를 원하는 소매점의 입김도 만만찮다. 이로 인해 멍드는 곳은 가요계와 소비자들. 음반 판매액수를 정확히 밝히지 않는 것이 바로 로열티를 둘러싼 가수와 매니저와의 갈등, 인기순위를 둘러싼 불신과 잡음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신나라는 조영남 등 가수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탄원서에 서명할 만큼 좋은 평판을 들었던 회사다. 그만큼 하루빨리 정상화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 더불어 음반업이 「산업」의 자격을 얻으려면 유통구조의 개선에 눈을 돌려야 하고 이는 업계의 「큰 손」들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앞선다. 〈허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