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노인층 「볼거리」찾았다…「이수일과…」등에 관객 몰려

입력 | 1997-05-21 08:07:00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신나는 뽕짝이 있다. 『놓아라.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다지도 좋았단 말이냐』 듣기만 해도 옛생각이 나는 신파조 대사도 있다. 극단 신시의 악극 놀이마당 「이수일과 심순애」가 공연중인 서울 정동문화체육관(02―577―1987). 개막 한달째 평일 1천5백석, 주말 2천여석의 객석이 40대이상 중장년 부부로 가득차는 이변을 보이고 있다. 『아들이 표를 구해줘서 왔지. 우리 젊었을 때만 해도 유랑극단 많았는데, 옛날 생각 나는구먼』(강대진씨·65·서울 성북구 돈암동) 『나이들었다고 구경다니는거 싫어하는줄 아세요. 그런데 가볼만한게 없어요. TV는 당최 시끄러워서 싫고』(최양실씨·62·서울 성동구 구의동) 젊은 세대로부터 한물 간 연극으로 여겨졌던 신파극과 악극, 국극에 중장년부터 노인세대가 몰리는 「실버 바람」이 불고 있다. 21일부터 열흘간 앙코르공연에 들어가는 악극 「울고 넘는 박달재」(02―369―2916)도 벌써 예매율 50%를 넘어섰다. 지난 1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1일간 5만여 관객을 모았던 국내 연극사상 최다 관객동원 신화를 재연할 조짐이다. 지난 3월 국립극장대극장 무대에 올랐던 여성국극 「호동왕자」도 「실버 바람」으로 보기드문 매진사례를 이뤘고 「안숙선 판소리마당」은 객석점유율 140%의 진기록을 세웠다. 이같은 공연계 실버 바람은 신노인층, 즉 「우피족(Woopies족·Well―off Older People)」의 등장과 옛생각을 자극하는 「향수(鄕愁) 시장」의 절묘한 만남으로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공연장을 찾는 이들 실버 세대는 과거의 「뒷방 노인」들과 다르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경제력과 의욕, 그리고 젊어서는 갖지 못한 시간여유까지 지닌 새로운 노인군, 즉 「우피족」이다. 당연히 이들의 문화생활은 TV로만 충족하지 못한다. 비싼 오페라나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재미가 없다. 젊은세대만 득실대는 대학로 연극공연장을 찾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매번 외출을 외식 한번으로 끝낼 수도 없는 일. 마땅히 갈 곳도, 볼만한 공연문화도 못만났던 이들이 젊은 날 즐기던 악극에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부모에게 공연티켓을 선물하는 새로운 「문화 효도」흐름도 이같은 바람을 부채질했다. 공연부문에서의 「향수 시장」은 실버 세대가 볼만한 공연문화가 없다는데 착안, SBS가 93년 악극을 만들어 내놓은 것으로 시작됐다. 『품위없는 악극에 오페라극장을 내줄 수 없다』는 예술의 전당과의 밀고당김 끝에 새빨간 객석을 은빛으로 가득 채우는데 성공했다. 「이수일과 심순애」 「울고넘는 박달재」를 연출한 김상열씨는 『소중한 문화유산인 신파극 악극의 재평가가 이뤄진 것』이라며 『연극도 관객의 입맛에 맞춰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순덕 기자〉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