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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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의 사회학(Net Sociology). 인터넷이 몰고온 사회문화적 변화를 사회과학의 분석 틀로 논의하는 학문. 서울산업대 백욱인교수(40·사회학)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가상 심포지엄」을 띄워 이 색다른 학문여정의 안내자로 나섰다. 역사속 실존 인물과 인간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공의 존재가 어우러져 논쟁을 벌이는 형식. 패널리스트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데카르트 마르크스 배트맨 맥루한 프로이트 마돈나…. 흘러간 경력 따위는 논외. 과학적 논리와 독설로 상대방을 공박한다. 화두는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배트맨이 첫 발언자로 나선다. 『현대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욕망을 마음껏 분출하는 새로운 자유의 공간이다. 먹을 것 걱정할 필요 없으니 펭귄 캣우먼 조커같은 악당만 제거하면 살만한 세상. 그런데 근대 합리주의자와 유물론자들이 이런 자유를 방해했다』 발끈한 데카르트. 『우리가 언제 자유를 막았단 말이냐. 근대 합리주의는 인간본성을 개화시키려는 인간의 대응이다』 또다른 마당, 마르크스와 맥루한은 현대 과학기술의 성격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기계는 생산수단인 동시에 인간 감각의 연장물이기도 하다. TV 비디오 오디오 카메라 망원경 컴퓨터를 보라. 컴퓨터 혁명의 시대에 생산수단과 생산관계라는 협소한 논리로는 대중을 설득하지 못한다』(맥루한) 『우와 환장하겠네. 어떻게 그런 식으로 갖다 붙일 수 있나』라고 섭섭해하는 마르크스. 맥루한이 『토플러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하자 마르크스는 『그자는 사기꾼』이라고 받아치면서 『후배들이 내 이론을 교조적으로 적용한 탓에 현대 마르크시즘이 도식화됐다』고 개탄했다. 석학과 괴짜의 사이버 대화는 재미있다. 사회 역사 사상 문명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무릎을 치뉨立 패널리스트의 숨결이 느껴지는 대목에서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 적절한 등장인물 선정에 이론적 깊이가 뒷받침된다면 논의의 영역을 무궁무진하게 넓혀갈 수 있는 점도 사이버 가상토론의 장점이다. 학구욕에 불타는 「고학력 네티즌」들은 이제 프로이트와 마돈나가 「현대의 성」을 주제로 속삭일 밀어를 고대하고 있다. 백교수는 『인터넷을 둘러싼 정책적 기술적 논의는 많았지만 이를 사회과학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드물었다』며 『인터넷이 대중적인 학술문화 교류의 통로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이번 학기에 개설한 「인터넷과 현대정보사회」 강의 교재로도 활용하고 있다. 젊은 연구자의 문화실험 현장 주소는 http://soback.kornet.nm.kr/∼wipaik. 〈박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