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41〉 구렁이 섬으로부터 나를 구출해 준 배는 순풍에 돛을 달고 전진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잘 먹고 잘 쉬었기 때문에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운을 회복하고 나니 그동안 당한 갖가지 고초가 모두 한바탕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배는 잔잔한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다가 백단 나무가 울창한 알 사라히타라는 섬에 도착하였습니다. 거기서 선장은 닻을 내렸습니다. 배가 멎자 상인들과 선원들은 저마다 짐을 챙겨 들고 상륙하였습니다. 한바탕 장사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마음 속으로 한탄하였습니다. 『모두들 장사를 하러 떠나지만 나는 살 것도 팔 것도 없는 빈털터리 거지 신세로군. 그 원숭이처럼 생긴 요물들한테 모두 빼앗겨버리고 목숨만 겨우 건져낸 형편이었으니까. 지난번 항해때도 무인도에 날 혼자 버려둔 채 배가 떠나는 바람에 나는 내 상품을 모두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그때는 그래도 다이아몬드 계곡에 들어가 크게 한몫 잡았지. 정말이지 이번 여행에서 나는 죽을 고생만 하고 거지가 되어 돌아가는군. 고향의 친척들과 친지들을 무슨 낯으로 대한담?』 갑판 위에 혼자 서서 내가 이렇게 한탄하고 있을 때 선장이 나에게로 와서 말했습니다. 『이봐! 자네 돈벌이 좀 해볼 생각이 없는가?』 『돈벌이라뇨? 무엇이든 할 수만 있다면 하겠습니다. 굳이 돈이 생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목숨을 구해준 선장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저는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선장은 씽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자네도 장사를 나왔다가 재난을 당해 모든 걸 잃어버렸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장사 수완은 있으리라고 생각되어서 하는 말이네』 『장사라면 저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그럼 잘 듣게. 내 배는 이미 오래 전에 바그다드를 출발하여 여러 나라와 도시를 돌아다니며 교역을 하다가 이제 돌아가는 길이야. 그런데 내 배에 탔던 상인 중 한 사람이 도중에 행방불명되었어. 짐들은 모두 배 안에 그대로 있는데 그 주인의 행방이 묘연해진 거지. 그 연유야 어찌 되었건 내 배에 탔던 승객이 행방불명되었으니 나로서는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지. 그래서 나는 배가 정박하여 상인들이 교역을 나갈 때마다 그 행방불명된 상인의 물건도 함께 교역을 하게 했지. 바그다드로 돌아가면 그 유가족에게 남은 물건과 함께 대금을 넘겨주기 위해서 말야.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물건을 자네한테 맡길 터이니 이 섬에서 그걸 팔아 달라는 걸세. 팔린 대금중 일부는 자네의 수고비로 줄 테니 다른 상인들과 함께 상륙하여 장사를 해볼 생각이 있는가?』 선장의 말을 듣고난 나는 말했습니다. 『선장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러자 선장은 선원이며 일꾼들에게 지시하여 문제의 짐짝을 하선시켜 나에게 맡기라고 일렀습니다. 그때 배의 서기가 선장에게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선장님, 이 물건들은 어느 상인의 이름으로 기입할까요?』 그러자 선장은 대답하였습니다. 『뱃사람 신바드의 이름으로 기입해두게. 행방불명된 그 사람 이름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