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은 18일 금융개혁위원회의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체계개편 방안」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법안을 작성하기로 한 내부방침을 밝히면서 예상보다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금융계는 재경원의 이같은 방침과 관련, 「한은독립과 감독체계개편이 89년과 95년에 대두됐다 원점으로 돌아갔던 전철을 밟아 아무런 결론 없이 소모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재경원 금융정책실 관계자는 이날 『금개위 설립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검토할 만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금융정책실 간부들이 금개위 회의가 끝난 직후 긴급회의를 열어 논의한 결과 『금개위의 방안이 허술해 독자적 법안을 작성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날 금개위 방안을 『법안 작성의 기초도 모르고 만든 수준미달의 작품』이라고 혹평했다. 금정실은 이날 尹增鉉(윤증현)실장을 비롯, 관련 간부 대부분이 출근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재경원은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와 관련, 정책수립과 감독권이 한은 재경원 총리실 등으로 다원화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나 책임소재 등에서 문제가 크다며 감독위를 재경원 산하에 두는 게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법제정 과정에서 각계 반발에 부닥칠 것에 대비해 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재경원은 이 경우 금융감독위에는 감독정책의 최종책임을 지는 재경원보다 하위의 제한적인 감독 및 제재 권한만 부여하고 반드시 재경원과 정책협의를 하도록 하는 장치를 둘 것으로 알려졌다. 즉 관련 법률제정 등 실질적인 권한은 재경원에서 분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은 관계자들은 이같은 재경원의 움직임에 대해 『법안 입안과정에서 금융개혁의 취지가 변질되지 않을까 했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은의 한 간부는 『금융개혁이 특정 기관이나 정부부처 직원들의 자리보장을 전제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상·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