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의 긴 터널 끝이 마침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수출이 실로 오랜 감소행진 끝에 지난 4월중에는 전년 동기대비 증가세로 반전한 것이다. 이번 수출증가는 3년만의 기록적 엔저 등 국내외의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자동차는 가격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연초의 노동관계법사태로 수출에 차질을 빚다가 3월부터 회복세로 돌아섰다. 반도체도 수출증가세가 완연해지고 있으며 석유화학 철강 조선도 국제가격이 회복되는 등 긍정적 여건에 힘입어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中企제품이 견인차 ▼ 한편에선 자동차부품과 산업설비를 비롯해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 오토바이헬멧, 독일 스위스를 품질로 누른 공업용 다이아몬드,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화로 시장을 재탈환하고 있는 양말과 완구, 기발한 아이디어상품인 라이트펜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 제품이 수출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4월의 증가세가 본격적인 수출회복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좀더 두고봐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 수출의 앞날을 밝게 해주는 요인은 적지 않다. 첫째, 21세기 우리 수출을 이끌 신세대 상품의 출현이 그것이다. 부호분할다중접속통신(CDMA)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등 신세대 수출주력품목들의 세계시장이 본격 형성되고 있으며 우리는 이제 후발주자가 아닌 선발주자로 당당히 시장선점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이룩한 CDMA는 이미 세계시장의 3분의 1 규모인 9억달러 가량의 수출계약을 했으며 2001년이면 1백억달러 수출품목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벤처기업에 대한 기대다. 정부는 2005년까지 4만5천개의 벤처기업을 육성, 전체 중소기업의 3분의 1을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적인 벤처기업으로 구조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수출전선에 본격 합류하는 날 우리 수출은 더욱 내실있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중국 인도 중남미 동구 등 거대 신흥시장의 출현이다. 30억 인구가 빈곤으로부터 탈출하여 중산층으로 신분 대변동을 보이는 신흥시장의 출현은 70년대 신흥공업국 출현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다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 우리기업에 갈채를 ▼ 최근 구조조정의 전환기적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진통을 겪고 있긴 하지만 지난 30년간의 산업화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으며 서서히 그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확신한다. 영국보다도 높은 근로자 임금, 일본보다도 높은 공단분양가, 선진국의 3배수준인 금리, 선진국의 2배에 달하는 물류비,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각종 규제 등 극심한 어려움을 딛고 수출회복을 선도하는 우리 수출기업에 고마움을 느낀다. 김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