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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추방해야 할 화학무기

입력 | 1997-04-28 20:25:00


화학무기 금지협약(CWC)이 오늘부터 발효된다.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10여년의 협상끝에 마련된 이 협약은 다자(多者)간 협상을 통해 대량살상무기 전량을 폐기키로 하는 첫 군축협정이라는 점에서 그 발효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크다. 특히 화학무기의 개발 생산 비축 교역 사용의 금지는 물론 이미 생산된 화학무기 및 관련시설을 앞으로 10년이내에 모두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획기적인 군축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화학무기는 제1차 세계대전때 처음 등장한 후 2차대전 베트남전 걸프전 등에서도 사용돼 엄청난 피해와 후유증을 남겼다.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일부 베트남참전 장병들을 보면 화학무기의 잔혹성을 실감할 수있다. 사람은 물론 동식물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화학무기는 무차별 대량살상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반인류적이고 비인도적이다. 생물 및 방사능무기와 함께 「추방무기 1호」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방사능이나 생물무기에 비해 손쉽게 또 값싸게 제조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화학무기 금지협약에 서명한 국가는 1백64개국이고 75개국이 비준을 마쳤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7월 국회비준절차를 마치고 어제 비준서를 유엔에 기탁했다. 유감인 것은 현재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제조능력을 갖고 있는 20여개국 가운데 최대규모의 화학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와 북한 이라크 리비아 등 「주요 국가」들이 협약이 발효된 현재까지 가입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 93년 외교부성명을 통해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개발 사용 저장 등에 반대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1천t 가량의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으며 연간 5천t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화학전에 대비한 군부대를 운영하며 연 1백차례정도 화학전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로 망명한 북한 黃長燁(황장엽) 전노동당비서의 경고가 없더라도 한국에 대한 북한의 화학무기 공격위협이 실재(實在)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조속히 이 협정에 가입하고 보유 화학무기는 물론 생산 등 관련시설을 모두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북한당국은 전쟁이나 화학무기사용 등을 위협수단으로 삼아 목적을 달성하기는 전혀 불가능한 현실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협약의 발효를 계기로 인류가 화학무기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도 적극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화학무기 제조와 관련있는 43종의 화학물질이 상당한 통제를 받게 된 만큼 이 협약이 국내 화학산업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