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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떠난 북경영사부]조선족 업무재개 문의 빗발

입력 | 1997-03-19 19:54:00


[북경〓황의봉특파원] 북한 黃長燁(황장엽)노동당비서가 필리핀으로 떠난뒤 주중(駐中)한국대사관의 한 고위당국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황비서망명신청 이틀후인 지난달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韓中(한중)외무장관회담이 협상을 풀어가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고 술회. 이 당국자는 金日成(김일성)과 金正日(김정일)부자가 남북한정상회담과 관련, 논쟁을 벌이다가 김일성이 사망했다고 황비서가 털어놓았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이 보도가 나간 뒤 북한측이 반발, 한때 망명협상이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북한측 협상팀이 중국측에 대해 『이 보도를 보라. 황이 서울로 가면 더 날조된 이야기들이 쏟아질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는 것. 이 당국자는 황비서 체류기간중 우리측이 가장 신경쓴 부분은 황비서 신변안전문제였다며 『이때문에 영사부와 인접한 콩고대사관과의 담이 낮은 점을 우려한 중국공안이 저격수를 배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북한측과의 직접접촉여부에 대해 이 당국자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으며 쌀 등 대북지원문제가 논의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황비서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보장서한을 보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이 당국자는 근거없는 사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영사부는 황비서가 떠남에 따라 정상업무재개를 위해 그동안 쌓였던 쓰레기를 치우고 정리정돈을 하느라 부산한 분위기. 황비서는 34일간 두평남짓한 2층 柳洲烈(유주열)참사관 방 서가쪽에 설치한 간이침대에서 잤고 소파는 원상태 그대로 이용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날 아침 서울에서 파견됐던 안기부 경찰청 관계자들이 귀국하자 南相旭(남상욱)총영사를 비롯한 영사부 직원들이 모두 출근, 오는 24일의 업무재개를 준비. 영사부건물의 1층 뒤편으로는 조그마한 마당이 있어 金德弘(김덕홍)이 가끔 2층에서 내려와 산책겸 가벼운 운동을 했다. 그러나 황비서는 고령인 데다 저격가능성에 대비해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 황비서가 묵었던 2층 방엔 창문에 철제 방벽이 설치돼 있는 것이 보였다. 남총영사는 황비서가 떠나는 순간 밝은 표정으로 『인간적으로 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는 인사말을 했다며 영사부에 들어온 첫날 자술서를 쓸 때 매우 긴장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지(破紙)한장 내지 않은 채 침착하게 써 내려간 게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중국공안이 18일 밤 철수하자 이날 아침부터 영사부 주변에는 국제결혼서류를 떼려는 조선족 여성들을 비롯해 30여명의 민원인들이 찾아와 업무재개시점을 문의. 흑룡강성 오상시에서 왔다는 김모 여인은 『일주일째 여관에 묵으며 업무재개를 기다려 왔다』고 고충을 토로하면서 『한달째 여관에 묵고 있는 조선족도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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