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기자] 『부임 발령을 받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곳을 떠나게 되니 섭섭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3년의 임기를 마치고 20일 이임하는 토머스 해리스 주한영국대사(52)는 한국을 떠나는 것이 고향을 떠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역대 영국대사중 한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서 경제를 비롯한 韓英(한영) 관계 진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임기간중 한영관계가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지난 3년간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존 메이저 총리가 네번이나 만났고 장차관급의 교류가 어느때보다 활발했다. 양국의 교역량은 30억달러에서 60억달러로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중 한국은 영국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여행객 등 인적 교류가 급증, 양국간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양국관계로 볼 때 시작에 불과하다』 ―부임초기와 현재 한국의 위상을 비교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떴고 민주주의에 익숙해졌다. 정치 경제문제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열린 사회로 변모했다는 것이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언이 있다면…. 『경제규제 철폐와 민영화를 이룬 나라만이 높은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찌감치 각종 규제를 없앤 미국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것을 비롯, 뉴질랜드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가 모두 과감한 개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정부의 간섭이 심한 일본이 요즘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리스대사는 주말마다 부인과 함께 했던 북한산 등산을 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인 메이링여사도 출국을 앞두고 아쉬움에 연일 눈물을 보이고 있다고 대사관 관계자들이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