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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홍의 세상읽기]「2차」에 갈까 말까

입력 | 1997-03-18 08:47:00


『자, 이제 2차 가자구』 이런 말은 술꾼들에게서나 나오는 말이다. 이런 말이 나올 때는 대개 반쯤은 취해 비틀거리는 상태다. 나는 술을 못하는 편이어서 2차를 갈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긴 술자리라고 해보았자 저녁식사에 몇 잔의 술이 돌아가는 정도가 고작이니 2차가 있을 수 없었다. 밥을 2차까지 먹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몇 년 전까지는 확실히 그랬다. 노래방이라는 것이 생겨 대유행을 하고 단란주점까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연말이 아니고 그냥 가끔 있는 회식에서도 2차를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었다.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이 정해진 2차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나도 같이 어울릴 수 있었다. 노래방이라는 곳은 못 먹는 술을 먹는 곳도 아니고 또 노래를 불러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같이 갔을까. 내가 노래를 할 때면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 그때는 소위 포크 송이라는 것이 유행 했고 트로트는 시대에 뒤떨어진 노래로 치부했었다. 나이를 먹었다고 어째 저런 노래를 좋아할까. 나는 나중에라도 저런 노래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고 아직까지도 그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내가 그때의 그 첨단 노래를 부르는데 왜 마치 「아빠의 청춘」을 듣고 있는 것 같은 표정들이 될까. 하긴 처음부터 불안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전혀 모르는 노래가 무척 많다는 것을 안 것은 처음 노래방에 갔을 때였다. 그리고 얼마 후 최신 히트곡이라는데 나는 처음 듣는 가수 이름에 당황해야 했다. 심지어 그 이듬해부터는 노래 제목과 가수 이름을 놓고 어떤 게 이름이고 어떤 게 제목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데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직원들의 태도도 조금 달라졌다. 회식을 끝내며 『2차 장소를 잡아 두었는데요』하던 말이 『2차 가려고 하는데요』로 바뀌었다. 저희들끼리 가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이제는 고민스럽다. 전에는 못이기는 체 따라가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갈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2차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두 가지다. 『그래, 어디지』와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다. 앞의 말은 같이 가겠다는 뜻이고 뒤의 말은 나는 안 가겠다는 말이다. 자, 오늘은 어떻게 대답을 할까. 2차에 갈까 말까. 역시 참아야겠지. 신세대의 자리에 끼기 어려운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 조금 억울하기는 하다. 그러나 나도 「아빠의 청춘」을 부르는 사람과는 같이 노래방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황인홍(한림대 교수·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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