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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월드컵 예선 분석]『김병지-고종수가 속썩이네』

입력 | 1997-03-03 19:59:00


[방콕〓이훈 기자] 차범근 감독의 「애물단지」김병지(27·울산)와 고종수(19·삼성). 이들만 보면 차감독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모두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될 「물건」임에는 틀림없지만 다루기가 여간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치렁치렁한 머리를 휘날렸던 김병지는 한국축구에 모처럼 탄생한 대형 골키퍼. 튀는 행동과 덜렁대는 성격은 제쳐두고라도 경기중에 볼을 몰고 나오는 「악습」때문에 그를 거느린 감독이면 누구나 애간장을 태운다. 지난 2일 태국과의 경기에서 그는 수비수가 스로인해준 볼을 뒤로 빠뜨리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지난달 22일 홍콩과의 1차전에서 볼을 몰고가다 두차례의 결정적인 실점 기회를 내준뒤 자숙하던 차의 일이다. 다행히 볼은 골대옆을 스쳐갔고 3만여 태국팬들은 폭소를 터뜨렸지만 이를 바라보던 감독의 심정이야 오죽했으랴. 차감독의 골키퍼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 골키퍼가 저지른 실수는 패배와 직결되기 때문에 그 어떤 실수 하나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 김병지는 이같은 돌출 행동으로 지난해 소속팀 고재욱 감독으로부터 출전금지의 징계와 함께 애지중지하던 「꽁지 머리」를 잘라야했다. 대표팀 막내 고종수는 어떤가. 차범근 이후 고교생으로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축구 신동」. 스피드를 이용한 날카로운 돌파와 현란한 드리블, 악착같은 스타근성 등…. 그러나 그는 지나친 개인플레이가 「병」이다. 지난 홍콩전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태국전 역시 『패스, 패스』를 목이 터져라 외치는 동료의 간절한 애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차례 슈팅을 허공에 날려댔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 하다. 잠깐 물을 마실 때에는 자신의 목을 먼저 축인 뒤 머리와 축구화에까지 물을 끼얹고 나서 선배에게 물통을 넘기는 태연함 앞에 할말을 잊는 경우도 있다. 축구에서 팀 플레이는 생명. 팀워크가 흐트러지면 제아무리 뛰어난 스타도 모래알에 불과하다는 것은 상식. 쓰자니 불안하고 버리자니 아까운 미완의 천재들…. 최종예선까지 멀고도 험한 길을 가야할 차감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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