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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씨 사망 이모저모]남한살이 15년 恨많은 마감

입력 | 1997-02-26 07:45:00


지난 82년 한국으로 망명한 뒤 15년동안 짧지만 파란많은 삶을 살아온 李韓永(이한영)씨가 25일 밤 끝내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꿈에도 그렸을 어머니와의 만남도 이루지 못한 채 범인의 윤곽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씨는 또 하나의 분단의 희생자로 기록되게 됐다. ○…25일 오후 9시2분경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 3층 중환자실 대기실 전등이 갑자기 모두 켜지면서 중환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할테니 준비하라』는 주치의의 목소리가 들리자 대기중이던 취재진은 이씨가 사망했음을 직감. 이어 9시20분경 신경외과 鄭奉燮(정봉섭·42)수석과장은 중환자실 출입문 앞에서 취재진에게 이씨의 사망사실을 공식 확인한 뒤 『최선을 다했으나 이씨가 심폐기능을 조절하는 뇌간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 한편 李相圭(이상규)행정처장은 이날 『전쟁 때 어려운 피란생활을 체험한 車敬燮(차경섭)병원이사장이 이씨의 치료비 1천4백여만원 전액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고 설명. ○…이씨의 유족들로부터 장례문제를 위임받은 분당 이매동 한생명교회 金濬模(김준모·54)목사는 26일 오전9시반 입관예배를 한 뒤 오는 27일 3일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며 장지는 성남공원묘지로 잠정결정했다고 발표. 김목사는 또 장기기증문제는 가족들 사이에서 논의된 바 없으며 장기가 극도로 손상된 상태라 기증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뒤 『의사들이 이날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여러번 실시하는 등 최선을 다해줘 고맙다』고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 김목사는 이씨가 숨지기 직전 10여분 동안 중환자실에서 이씨의 부인 金鍾恩(김종은·29)씨와 장모 등 가족들이 참석해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배를 올렸는데 예배도중 이씨가 숨지자 부인 김씨는 이씨의 시신을 어루만지며 오열하다 실신. ○…병원측은 이날 오전 이씨의 사망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자 유족들에게 통보한 뒤 원무과를 통해 영안실에 빈소를 마련할 것을 요청, 비어있던 7호실을 이씨의 빈소로 준비. 26일 0시25분에는 김목사를 비롯, 한생명교회 신도 10여명이 이씨의 영정앞에서 추모예배를 올렸는데 김목사는 『고통과 눈물로 한 평생을 살아온 이씨가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나님이 보살펴주기 바란다』며 이씨를 추도. 이씨의 사망사실을 모르고 병원을 찾았다가 비보를 접한 이씨의 대학선배 金章顯(김장현)씨는 『미리 각오했던 일이라 담담한 심정』이라면서도 『이씨가 평소 어머니를 몹시 보고싶어했는데 안타깝다』고 착잡한 심정을 피력. 〈성남〓박종희·홍성철·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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