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형남기자] 黃長燁(황장엽)노동당비서 망명에도 불구, 북한은 대외적으로 온건한 대응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뉴욕의 北―美(북―미)접촉에서 북한측은 이틀전의 황비서 망명에 대해 『남한에서 납치한 것이므로 보복하겠다』면서도 4자회담 설명회 참석을 시사했다.북한이 상당기간 남북접촉은 물론 북―미접촉에도 불응하리라고 예상했던 정부는 이를 의아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북한은 15, 17, 18일 방송을 통해 황비서 망명묵인을 시사했다. 18일에는 북한무역대표단 6명이 사무기기 거래상담등을 위해 예정대로 일본에 갔다. 정부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경수로부지조사단 신변보호 재확인을 요구해도 북한은 반발하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이 대내외적 요인을 고려,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저지할 수 없게 된 황비서 망명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을 희생할 수는 없다고 북한이 판단한 듯하다는 것이다. 「체면보다 실리(實利)」인 셈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10만t의 대북식량지원을 추진해왔다. 유엔인도지원국(UNDHA)주도의 식량원조도 곧 개시된다. 미국 곡물회사 카길의 식량 50만t은 설명회 참석과 연계돼 있다. 대내적으로는 황비서 망명문제가 장기화할수록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후유증을 키울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의 이런 대응에 호응, 설명회 3월초 개최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나섰다. 정부도 황비서 망명을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노력과 분리해 다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태도의 저변에 「남한배제 전략」이 깔려있다고 보면서도 북한의 온건한 반응에는 큰관심을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