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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최명길,「용의 눈물」서 치맛바람 암투

입력 | 1997-02-09 20:13:00


[권기태기자] 정권 변동기에 권력을 유지하고픈 인간과 이를 쟁취하려는 인간의 표정은 어떠할까. 특히 권력의 무대 뒤편에 선 각 진영 수장들의 부인은 욕망을 어떻게 드러내며 적대감을 어떻게 감출까. KBS 1TV의 대하사극 「용의 눈물」(김재형 연출)은 팽팽하게 대립하는 최고권력층 여성들의 이율배반적인 내면풍경을 클로즈업시켜 보여주고 있다. 당사자는 태조 이성계의 두번째 부인이며 왕후에 올라 있는 강비(김영란분)와 왕자 이방원의 부인인 민씨(최명길분). 두 사람의 감정이 타오르는 대립점은 차기 왕권을 거머쥘 세자 책봉 문제다. 자기 소생의 막내 방석을 세자로 올려 기득권을 가진 강비는 차기 왕권의 판도를 뒤엎으려는 권력지향적인 민씨를 적대적으로 대한다. 그러나 표면상 두 사람은 고부지간의 예를 갖추고 덕담을 주고받는 마키아벨리적인 면모를 천연덕스럽게 보이고 있다. 이같은 인물상을 만들어가는 김영란 최명길 두 연기자는 자기 역할에 걸맞은 관록들을 갖추고 있다. 김영란은 이미 사극 「교동마님」 「안국동 아씨」 등에서 문정왕후 혜경궁홍씨 등을 통해 조선왕실 여성역을 숱하게 거쳐왔다. 김영란은 『「추동궁마마」에서는 현재와 반대로 민씨역을 맡은 바 있다』며 『사실 역사적으로는 민씨가 강비보다 더 큰 여걸이라지만 지금 극에선 강비의 정치적 역량이 크게 발휘되고 있다』고 말했다.두 아이를 둔 어머니로서 주당 3,4일의 촬영이 수월치만은 않지만 배역에 애착이 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낭트영화제 한국방송대상 수상등의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최명길의 경우도 「한중록」에서 혜경궁홍씨역을 맡은 바 있다. 이미 20대 초반에 「설중매」의 정현왕후로 나와 십대에서 칠순까지를 소화한 연기파. 그녀는 『민씨는 몸종으로부터도 여색을 탐하는 이방원의 부인으로서 여성성과 정치성을 함께 보여줘야 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라며 『민씨의 굴욕 인내 영광 좌절을 통해 시청자들이 희로애락을 함께 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들을 지휘하는 연출자 김재형PD는 지난해 환갑을 맞은 사극계의 백전노장. 김씨는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었다 펴지는 두 연기자의 미간과 눈초리,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터져나오는 분노의 고성, 살포시 웃었다가 돌아서서 이를 가는 표정들을 클로즈업과 상반신 촬영등을 혼용하며 정밀하게 잡아내고 있다. 작가 이환경씨는 앞으로 「품위를 잃지 않는 한도」에서 민씨와 이방원과의 「베갯머리 송사」 장면 등까지 만들어볼 검토를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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