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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뒤러와 동시대작가 판화전」

입력 | 1997-01-09 20:49:00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뒤러와 동시대 작가 판화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북유럽 르네상스미술을 대표하는 뒤러의 판화작품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그의 영향을 받은 그리인, 크라나흐, 알트도르퍼 등의 작품들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근대 서양미술의 분수령을 이뤘던 르네상스미술은 16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유럽에 퍼져나갔고 객관적인 정확성을 이루기 위해 수학적 과학적 규칙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또 공간구성을 위해 원근법을 사용하고 인체묘사를 위해서는 해부학이나 생리학 등의 규칙들을 원용하고 있다. 이런 르네상스미술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남유럽의 경향과 북유럽의 경향으로 구분된다. 남유럽의 르네상스미술은 공간 배치나 인체비례에 있어서의 조화와 대칭에 초점을 두고 전체적인 공간구성으로부터 그림의 세부로 진행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북유럽은 세부의 정밀묘사에서 세부의 정밀묘사로 이르는 방법을 통해 객관적인 정확성을 이루고 있다. 성당을 중심으로 한 의식을 강조했던 구교권의 남유럽 르네상스미술은 성당벽화나 그밖의 조형물의 형태를 중심으로 한다. 아울러 남유럽은 성서중심의 신앙생활을 강조하고 우상숭배의 금지라는 전통을 성립시키고 있으며 복음서의 기능을 하는 판화의 역할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상이 이번에 전시된 뒤러 등의 판화작품들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들이다. 출품작 가운데 성서의 내용을 연작의 형태로 형상화한 뒤러의 「요한 계시록」과 「마리아의 생애」는 교리전달을 위한 복음서 역할을 위해 제작됐으며 한편으로 세부적인 정밀묘사를 향한 뒤러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담과 이브」도 포함돼 있는데 동판 위에 새겨진 날카로운 선을 통해 피부나 근육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시대에까지 귀감이 되고 있다. 이밖에도 그리인의 「마법에 걸린 마부」에 등장하는 누워있는 인물의 묘사에서는 시점의 변화에 따른 형체변화의 정확함을 엿볼 수 있고 크라나흐의 「첫 번째 시합」이나 알트도르퍼의 작품을 통해서도 객관적인 정확성을 목표로 정밀묘사에 치중했던 북유럽 르네상스미술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전시는 31일까지. 박 일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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