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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인기작가 타마로 독점 인터뷰

입력 | 1996-11-05 20:28:00


「로마〓鄭恩玲 기자」 95년 번역돼 현재까지 20만부가 팔린 「마음가는 대로」와 지난 9월 발간된 「마법의 공원」으로 움베르토 에코 이후 한국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탈리아 작가 수산나 타마로. 그녀가 로마에서 동아일보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한국독자들에게 첫 인사를 했다. 타마로는 요즘 생애 처음으로 자기소유의 집을 짓기 위해 로마근교 오르비에토에 있는 셋집을 비워주고 로마시 나탈레거리에 방 한칸을 얻어 머물고 있다. ―출세작 「마음가는 대로」를 쓰게된 동기는…. 『세대간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유일한 혈육인 손녀에게 사랑을 담은 고백의 편지를 쓰는 내용이 발표된 후 이탈리아에서는 한동안 가족간 편지쓰기 붐이 일기도 했다』 ―가족애 등 사랑의 회복을 호소하지만 소설속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미혼모 혹은 할머니와 손녀로 이루어진 가족 등 해체되고 상처입은 가족의 모습이 많은데…. 『나는 결코 혈연적인 가족관계의 복원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가족관계의 해체는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가족같은 친구 등 새로운 관계들이 가족의 사랑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 주위에는 미혼모 친구가 적지 않은데 그 친구의 아이들에게 나는 기꺼이 이모노릇을 한다. 결손가족의 구성원이라 할지라도 삶을 지탱할 힘이 새로운 형태의 가족관계로부터 충족되어야한다는 것이 내가 주장하는 가족애의 회복이다』 ―「마법의 공원」 등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동화도 여러편 썼다. 특별히 아이들의 삶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라도 있는지. 『어린시절 얼마나 「내면적 성장」이 잘 이뤄졌는가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성숙도가 좌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TV앞에 매달려 자연과의 대화도 없이 인생의 흥미를 찾는 일까지 TV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다. 하이테크 발달수준에 걸맞게 내면적 성장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류는 파괴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면적 성장」이란 무엇인가.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나 자연현상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 교감을 통해서만 내가 유아독존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속의 일원으로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세계각지에서 터지는 유혈분쟁을 극복하는 방법도 궁극적으로는 내가 있듯이 남도 존재한다는 상호공존의 정신을 가질 때 가능하다』 ―작품 속에는 종교적인 색채도 강하게 느껴지는데…. 『어린 시절 고향의 풀밭에서 뛰어놀며 나는 인간을 뛰어넘는 어떤 거대한 힘을 느꼈다. 물론 나는 어떤 특정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는 각각의 사람의 내면에 어떤 신성(神聖)이 깃들여있다고 믿는다. 특히 힌두교나 불교의 경전 참선 등에서 서양적인 사고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본다』 ―이번주 한국에서 발간될 단편집 「러브」에는 아동성추행문제 미성년임신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당하다 결국 이상성격의 유아살인자가 되고마는 사생아 등 어두운 현실을 그린 작품들이 실린다. 타마로를 여성적인 문체의 작가로 이해하는 한국독자들에게는 좀 당혹스러운 만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 작품속에는 동화적인 부분과 추악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술하는 양면성이 공존한다. 마흔을 앞두고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찾기는 했지만 그전까지 나는 가난이나 고독으로 적잖은 고통을 겪었고 삶의 어두운 이면을 무수히 보아왔다. 그 삶의 이면은 정직하게 그려야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은…. 『내년 1월초 장편소설 「아니마 문디(Anima Mundi)」가 20개국에서 발간될 예정이다. 발터라는 주인공남자가 사춘기부터 마흔살이 될 때까지 삶의 의미를 찾기위해 방황하는 여정을 그렸다. 지난 9월 작품을 탈고했는데 내 작품속에서 꾸준히 그려졌던 사춘기적인 방황과 성장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마감될 것이다. 앞으로 2∼3년간은 충전을 위해 쉴 생각이다』 ―베스트셀러작가가 되고 난 뒤 당신 삶의 변화는…. 『피곤할 때 돈걱정하지 않고 택시를 탈 수 있다는 정도일까(웃음). 다행히 TV에 별로 출연하지 않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버스도 마음대로 타고 오토바이도 몰고 다닌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돈욕심을 낼수록 돈의 노예가 된다」고 훈계하셨는데 살아갈수록 아버지의 교육중 가장 쓸모있는 것이었다고 느낀다』 이탈리아어로 번역된 이문열씨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흥미깊게 읽었다는 타마로는 커피중개상으로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남동생을 통해 한국소식을 자주 듣는다며 『한국의 「일등주의」교육이 아이들을 너무 힘들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 ▼ 타마로의 주요 작품 ▼ 「鄭恩玲 기자」 수산나 타마로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출세작 「마음가는 대로」가 번역된 95년부터. 그러나 모국인 이탈리아와 유럽권에서 타마로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마음가는 대로」 하나만 이탈리아에서 2백만부가 팔려 타마로는 2차대전 전후를 통틀어 이탈리아 최대의 베스트셀러작가로 기록됐다. 이 책은 34개국에 번역돼 5백만부가 팔려나갔다. 타마로는 올해 39세의 미혼여성. 이탈리아 북부지방 트리에스테에서 태어난 그는 10세 때 부모의 이혼을 겪은 뒤 청소년기 4년간을 할머니 슬하에서 보냈다. 할머니는 부모의 이혼후 늘 혼자 생각에 골똘하게 빠져 다른 사람들로부터 「멍청이」취급을 당하던 내성적인 타마로에게 『넌 언젠가 글을 쓰게 될 거야. 온 세상사람들이 네 글을 읽고 너를 사랑하게 될 거다』고 격려해 주었다. 할머니는 훗날 출세작 「마음가는 대로」의 현명한 할머니 올가의 모델이 됐다. 소설로서 첫 작품은 89년작 「구름속의 머리」. 첫 책이 출간되기까지 타마로는 수년간 출판사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다. 타마로는 『내 작품이 수사학적인 멋을 중시하는 이탈리아문학의 전통과 거리가 멀고 오히려 인간내면에 대한 탐구를 중시하는 중부유럽적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외면당했던 것 같다』고 분석한다. 91년 내놓은 소설집 「외로운 목소리」가 이탈리아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라파토상과 펜클럽상을 수상하면서 그녀의 주가는 급부상했다. 그러나 그녀를 일약 스타로 만든 작품은 94년작 「마음가는 대로」. 여성3대의 지난한 삶 찾기를 다룬 이 소설은 여성감독 크리스티나 코멘치니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타마로는 틈틈이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동화 「뚱뚱보 미첼」 「책을 싫어함」 「마법의 공원」 등을 썼다. 타마로는 개 한마리, 여덟마리의 고양이와 가족을 이뤄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