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536년 북반구 화산폭발...고구려에도 심각한 기근 발생

536년 북반구 화산폭발...고구려에도 심각한 기근 발생

Posted June. 01, 2020 08:15,   

Updated June. 01, 2020 08:15

日本語

 6세기 북미의 화산 폭발이 고구려에 기근을 일으키고 국제정세를 바꿨을까?

 기후가 우리 역사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역사연구회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은 학술회의 ‘인류세와 생태환경사: 한국 기후사의 모색’을 5월 30일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에서 개최했다.

 한국사에서 환경의 영향에 관한 연구는 고대로 올라갈수록 자료 부족 등으로 인해 별 진척이 없었다. 학술회의 발표문 “한국사에서 ‘536년 화산’의 이해와 적용”(서민수 건국대 사학과 박사 수료)은 6세기 이상기후가 만든 재앙을 다룬 영국의 저자 데이비드 키스 등 해외 연구를 소개한 뒤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536년경 유럽과 중동 일대에서 햇빛이 약해졌다는 기록이 있고, 북반구 각지의 나무 나이테는 이 시기 기온 하강을 보여준다. 계절풍의 약화로 건조한 날씨가 지속됐다. 중국에는 이 시기 여름철에 눈과 서리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고, 541년 신라에는 3월(음력)에 눈이 한 척이나 왔다. 중국 북조와 고구려에서 서리와 가뭄, 기근, 혹한, 병충해가 일었다.

 한랭 건조한 기후는 550년경까지 이어졌고, 농업생산량은 감소했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는 536년 기근으로 인한 진휼(賑恤·곤궁한 백성을 구제함)과 왕의 순무(巡撫·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백성을 위로함)가 기록돼 있다. 536, 549, 550년에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참상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상기후는 535, 536년경 북반구에서 화산이 대규모로 분화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범인’은 북미나 아이슬란드, 일본 등지의 화산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발표문은 “‘536년 화산 분화’는 중국과 한반도 일대에 갑작스러운 기후의 한랭건조화를 초래했고 만성적 기근이 광범위한 인구 이동을 유발했을 뿐 아니라 북방 유목민의 이합집산을 가속화했다”며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 재편을 촉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김미성 KAIST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조선 현종, 숙종 시기 이상기후로 발생한 대규모 유민(流民)이 서울에 몰려 조선 후기 상업 발전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1939년 조선 대가뭄의 양상과 그 여파’(고태우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동해 명태 회유로의 이동과 남북한 냉전’(조수룡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이 발표됐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