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쉬고 11일 만에 마운드로 돌아온 ‘괴물’ 류현진(LA 다저스)은 더 강력해져 있었다.
류현진은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안방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4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다저스 타선이 1∼3회 6점을 뽑는 등 폭발해 9-3으로 승리하며 류현진은 시즌 12승, 한미리그 150승(한국 98승, 미국 52승)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45로 더 낮아졌고, 메이저리그(MLB) 평균자책점 2위 마이크 소로카(2.32·애틀랜타)와의 격차도 0.87로 벌어졌다. 시즌 22경기를 치른 가운데 이처럼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2005년 로저 클레멘스 이후 14년 만이다.
1일 콜로라도전에서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로 타자들의 허를 찌른 류현진은 이날 왼손투수인 자신을 상대로 선발 전원 우타자 카드를 꺼내든 애리조나를 맞아 전매특허인 체인지업과 커터 위주로 타자들을 무력화시켰다. 6회초 1사 1, 3루 위기에서 윌머 플로레스를 상대로 병살타를 이끌어낸 공도 체인지업이었다. 이날 공 91개 중 체인지업을 27개 던진 류현진은 커터(22개), 투심 패스트볼(19개), 포심 패스트볼(10개), 커브(13개) 등 ‘팔색조’ 투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데이터상 커터로 분류되지만 류현진 스스로 슬라이더라 부르는 ‘느린 슬라이더’까지 포함하면 타자 입장에서 류현진과 수 싸움을 하기가 무척 버거웠다. 삼진은 4개에 불과했지만 27타자를 상대로 땅볼 12개를 이끌어내며 타자들의 기를 눌렀다. 류현진은 4회말 공격에서는 중견수 앞 안타를 치며 타선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류현진은 지난해 8월 27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안방 11연승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전설 오렐 허샤이저(1984∼1985년), ‘코리안 특급’ 박찬호(1997∼1998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다저스 공동 2위). 앞으로 안방에서 패전 없이 1승만 더 추가하면 2011∼2012시즌 클레이턴 커쇼가 기록한 다저스 안방 최다 12연승과 같아진다.
류현진은 목에 생긴 담 증세로 한 차례 등판을 거르면서 생길 수 있는 컨디션 난조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최근 외신에서는 다음 시즌 류현진의 나이가 33세가 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을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실점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구위 또한 시즌을 거듭하며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1개의 장타(2루타 이상)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해진 모습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으로 향하고 있는 커쇼(2016년 1.69)와 이미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샌디 쿠펙스(1955년 1.73, 1964년 1.74)보다 낮다. 그의 평균자책점이 낮아질수록 우리로 하여금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게 한다”고 극찬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