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안정될 때도 슬퍼질 때도 있다. 때로는 흥분되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이처럼 음악이 강렬한 감정 자극을 일으키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진행한 ‘신체 지도화’ 결과가 공개됐다. 음악이 심장을 포함한 신체 감각에 영향을 미쳐 감정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다이코쿠 다쓰야 일본 도쿄대 정보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음악 화음이 신체 감각을 자극하고 이를 기반으로 특정한 감정이 촉발된다는 연구 결과를 4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i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음악의 다양한 특징 중 특히 불확실성과 놀라움이 감각 및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우선 불확실성과 놀라움의 강도를 다양하게 변형시킨 화음 진행 92개를 제작했다. 화음 진행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은 다음 화음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화음 조합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연구 참가자 527명을 모집해 예측이 가능한 화음 진행으로 이뤄진 음악과 연구팀이 제작한 불확실성과 놀라움을 변형시킨 92개의 화음 진행 중 8개를 무작위로 들려줬다.
각 화음 진행을 들을 때 몸의 어떤 부위에서 감각을 느꼈는지 각 음악을 듣고 10초 이내에 연구팀이 제공한 신체 지도에 표시하도록 했다. 음악을 들을 때 몸에서 감각을 느낀다는 의미는 심장이 빠르게 뛴다거나, 등골이 오싹해진다거나 하는 등의 변화를 뜻한다. 또 그들의 감정에 대해서도 답하게 했다.
연구팀이 완성된 신체 지도를 분석한 결과 특정 화음 진행은 심장에 자극을 일으켰고 또 다른 화음 진행은 복부에 더 많은 자극을 일으킨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러한 신체 감각들은 개인의 심미적인 감상과 감정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불확실성과 놀라움이 신체 감각과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라는 상관관계 또한 확인했다.
특정 화음 진행은 불편,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심미적인 감상을 불러일으켰고 예측 가능한 화음 진행일수록 침착, 안도감, 만족감, 향수, 공감의 감정들을 이끌어냈다.
연구팀은 음악에 의해 일어나는 감정 변화는 몸이 느끼는 감각의 총체라고 평가했다. 음악이 몸의 감각과 감정에 자극을 일으킨다는 점은 음악이 신체 건강 및 정신적인 행복도와 연결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개인의 감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악을 파악하면 건강과 행복도를 증진할 수 있는 맞춤형 음악 추천 서비스 등이 향후 등장할 수 있다.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음악, 운동 활력을 불어넣는 음악, 마음을 안정시키는 음악 등으로 개인의 웰빙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이코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음악적 불확실성, 예측 오류, 일시적인 다이내믹스(음악의 강약)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뚜렷한 신체 감각과 감정을 이끌어낸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후속 연구에서 심박동 수 변화와 같은 생리적인 반응과 음악이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다 심도 있게 탐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