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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기시다 ‘신뢰’ 넘는 과거 ‘화해’ 없인 미래 전진 어렵다

尹-기시다 ‘신뢰’ 넘는 과거 ‘화해’ 없인 미래 전진 어렵다

Posted May. 08, 2023 08:20,   

Updated May. 08, 20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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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어제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한 52일 만의 답방으로, 한일 간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고, 기시다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비롯한 일본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언급은 3월 윤 대통령 방일 때처럼 직접적인 ‘반성과 사과’ 언급 없이 우회적 원론 표명에 그쳤다. 여전히 1998년 한일 공동성명을 상기하는 수준의 간접화법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수준인 게 사실이다.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일본 정부의 10여 년 전 역사 인식을 재확인하는 정도로도 한일 간 인식의 간극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한일 간엔 더는 과거사 갈등에 발목 잡혀 있을 수 없는 당면한 긴급 현안이 수두룩하다.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안보 공조와 공급망 재편에 따른 경제·기술 협력은 시급하다. 당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6, 7월로 예상되던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앞당겨진 것도 세계적인 신냉전 기류의 확산 속에 한일 간, 나아가 한미일 3국 간 신속한 공동 대처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인식에 따른 절박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한일관계가 복원 과정에 들어선 것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한일 정상 간 신뢰 구축의 결과일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방한에 앞서 ‘윤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과 행보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답방을 결심하게 됐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에 과거사 문제는 정식 의제에도 오르지 않았다. 과거사 갈등은 이미 해결됐다는 이심전심의 이해와 합의 아래 미래를 향한 협력 의제에 집중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그간의 한일관계사가 보여주듯 과거사에 대한 근본적 화해 없이는 봉합과 갈등을 되풀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민심의 요동이나 정권의 교체에도 굳건하게 미래 협력의 길을 이어갈 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정상 간의 일시적 신뢰를 넘어선 양 국민 간 역사적 화해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궤도에서 이탈시키지 않기 위해 일본의 인식 전환과 공동의 역사 이해를 진전시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