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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의 복수

Posted April. 12, 2023 09:14,   

Updated April. 12, 20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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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선하다는 안네 프랑크의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더 파벨만스’(파벨만 가족)를 내놓은 후에 했던 말이다. 여기에서 그가 인용한 안네 프랑크는 증오가 넘실대는 상황에서도 인간의 선함을 믿었던, 우리가 잘 아는 일기를 쓴 유대인 소녀다.

노년이 된 스필버그가 부모를 생각하며 울면서 만들었다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감독과 그의 부모에 관한 자전적인 이야기지만, 부분적으로 당대의 인종적 상황을 담아낸다. 스필버그는 새미라는 이름의 아이로 나온다. 새미는 가족과 함께 애리조나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는데 고등학교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에 시달린다. 언어적 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신체적 폭력까지 당한다. 누군가는 그러한 상황에서 무너졌을지 모르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도 포기하지 않는다. 니체가 말한 “힘에의 의지”를 가졌다고 할까. 그 의지 덕에 그는 졸업 무도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동창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된다.

그가 만든 짧은 영화는 동창들이 해변에서 즐겁게 노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그런데 그를 악랄하게 괴롭히던 가해자 우두머리가 제일 멋지게 나온다. 자신이 그에게 얼마나 못된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는 가해자는 영화에 재현된 자기 모습에 당황하고 놀라면서 자신을 놀리는가 싶어서 화를 낸다. 그러나 그것은 놀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새미는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를 악으로 보지 않았다. 다만 그 친구가 “5분 동안이라도” 자기를 좋아해줬으면 싶었다. 이것이 영화의 미학이라면 정말이지 눈부시게 너그러운 미학이었다.

스필버그는 안네 프랑크처럼 인간이 본질적으로 선하다고 믿는다. 유대인인 그가 뮌헨 올림픽 테러를 다룬 ‘뮌헨’에서 팔레스타인인 테러리스트와 유대인 암살자를 선악의 이분법으로 보지 않고 그들의 인간적인 면에 주목한 것은 그래서다. 그는 복수의 정치학을 믿지 않는다. 그의 영화들이 전반적으로 깊고 따뜻하고 희망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