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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마지막 단계, 종이에 자부심 찍는 사람들

책 만드는 마지막 단계, 종이에 자부심 찍는 사람들

Posted April. 23, 2022 08:37,   

Updated April. 23, 202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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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요즈미인쇄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는 우라모토 마나부는 영업부 직원이다. 이번에도 거래처 출판사의 뒤늦은 주문 사항을 인쇄제조부 노즈에 마사요시 계장에게 밀어 넣느라 쩔쩔맨다. 계획에 없던 인쇄는 ‘별색’ 작업. 일반적으로 인쇄에 들어가는 색은 자주 파랑 검정 노랑 등 4가지 색 잉크를 섞어 표현한다. 이들 잉크의 조합으로 표현할 수 없는 색을 별색이라고 한다. 별색은 기술자가 수작업으로 금, 은 같은 금속가루를 섞어 만든다.

 저자는 3년간 인쇄소를 취재해 책 제작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냈다. 사양 산업으로 불리지만 자부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이들은 출판계의 ‘엔딩 크레딧’이다.

 영업부에서 일감을 갖고 오니 인쇄기도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우라모토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노즈에 계장은 시큰둥하다. 도매상에 책을 넣는 입고일을 조금 늦추면 되는데 왜 무리하게 요구를 하냐는 식의 불만도 비춘다. 통상 도매상 입고일은 발매 5일 전인데 이를 늦추라는 것. 한데 이미 영업부에서 입고일은 발매일 하루 전으로 늦춰 놓았다. 책 제작에 필요한 아트지의 국내 재고가 부족해 해외에 주문을 넣었고, 들어오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라모토는 직접 인쇄기가 있는 공장에 가서 부탁하고 인쇄제조부에서 별색 작업을 맡기로 하지만 일은 순탄치 않다. 별색 인쇄를 해야 하는 인쇄기 5호기가 갑자기 고장이 난 것. 책은 무사히 나올 수 있을까.

 책을 만드는 일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간다. 원고가 나오고 책 디자인이 끝나면 그걸로 책이 완성되는 게 아니다. 디지털 조판기로 초판을 만들고 인쇄기에 46전지라는 일반 사무용 책상보다 큰 종이를 인쇄기 피더(급지부)에 잘 쌓아야 한다. 같은 잉크라도 온도와 습도에 따라 색상이 달라져 인쇄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특별단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책은 바이러스를 없애지 못한다. 책은 역병을 고치지 못한다. 그래도, 이 기나긴 비상사태 세상에도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렇다. 우리는 책이라는 필수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성택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