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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던 부모 체벌, 폭행이었다”’

“사랑인 줄 알았던 부모 체벌, 폭행이었다”’

Posted March. 29, 2022 08:50,   

Updated March. 29, 202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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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가을 씨(25)는 친아버지에게 맞는 게 일상이었다. 때를 가리지 않고 날아오는 주먹이 두려워 옷 안에 휴지뭉치를 넣기도 했다. 사회복지사 전안나 씨(40·사진)는 어릴 때부터 양어머니로부터 “너는 언제 죽냐”는 말을 매일 들었다. 양어머니는 뺨을 때리거나 머리채를 잡았고 몸을 마구 밟기도 했다. 전씨는 ‘태어난 것 자체가 내 잘못’이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았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고백한 에세이 ‘부스러졌지만 파괴되진 않았어’(천년의 상상), ‘태어나서 죄송합니다’(가디언)가 각각 21일, 23일 출간됐다. 두 저자는 가정폭력의 기억과 그로부터 벗어난 과정을 서술했다.

 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한동안 가정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 씨는 결혼을 한 27세에, 김 씨는 경찰에 아버지를 신고한 뒤 쉼터에 가게 된 23세에 각각 부모로부터 독립했다. 가정폭력을 인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건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의 특수성에 있다. 부모는 가해자이자 동시에 보호자였기 때문. 전 씨는 “어머니는 저를 때리고, 다음날 약을 발라주는 행동을 반복했기에 폭행도 사랑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씨는 “학창시절 아버지는 늘 ‘공부 잘하라고 때리는 거다’라고 말했다. 대학생이 된 뒤에도 폭행이 이어지자 내 잘못이 아님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가정폭력의 상처는 여전히 이들의 몸에 새겨져 있다. 전 씨는 잠든 그를 깨워 때리기도 했던 양어머니의 기억 때문에 아직도 방문을 잠그고 잔다. 김 씨는 남동생에게 폭력을 가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아버지의 일상적인 폭력을 지켜보며 누군가를 때린다는 게 문제임을 의식하지 못하는, 동물 같은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두 책은 가정폭력을 방치하는 사회 시스템에 일침을 날린다. 김 씨는 “가정폭력을 신고해봤자 다시 부모에게 돌아가야 했기에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전 씨는 “한국 사회는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고, 체벌을 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 아이를 향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