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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정인이 방지 위해… 아동학대 방지 활동가된 엄마들

제2 정인이 방지 위해… 아동학대 방지 활동가된 엄마들

Posted October. 13, 2021 08:15,   

Updated October. 13, 202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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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정임 씨(47)는 아침에 두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나면 서둘러 집을 나선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의 양부모 사건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으로 향한다. 박 씨는 법원 정문에 도착하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정인’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꺼내든다. 정인이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한 뒤 오후에 직장으로 출근한다.

 박 씨는 정인이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제2의 정인이들’을 위해 싸우는 아동학대 방지 활동가로 지내고 있다. 틈틈이 다른 아동학대 사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지법 등으로 ‘원정’을 간다. 박 씨는 “아이들이 겪었을 고통을 떠올리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전북 전주에 사는 세 아이의 엄마 이모은 씨(39)는 최근 이모 부부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0세 아동 사건과 20대 부모의 학대로 숨진 아동 사건 재판에 참석해 재판 내용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카페 등에 올리며 다른 엄마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 씨는 “생전 알 일이 없던 법률지식을 요즘 공부하고 있다. 사건번호를 알아내 다음 공판 일정을 체크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워킹맘 박제이 씨(39)는 아이들을 재우고 잠들기 전 아동학대 사건 재판부에 보낼 진정서를 쓴다. 직장 때문에 시위에 활발하게 참석하기 어려워 진정서로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최근 1년 사이 박 씨가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며 법원과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는 100통이 넘는다. 얼마 전에는 “정인이 사건 항소심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내용의 벽보를 만들어 집 근처에 붙이기도 했다.

 이들은 주변에서 “오지랖 아니냐”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있느냐”는 등의 반응을 종종 접한다. 이 씨는 “내 작은 행동이 뭔가를 크게 바꿀 수는 없겠지만 우리라도 이 아이들을 잊지 않아야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 역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돕고 싶다”며 “정인이뿐만 아니라 아동학대로 고통 받는 많은 아이들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김윤이기자 yun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