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제팀, ‘블랙록’ 출신 대거 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보복 관세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퇴조하고 한국 수출기업의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보호무역 기조를 보인 데다 대중 압박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이 바이드노믹스를 앞세운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모델을 신속하게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정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세계 시장에서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외교를 중시한 다자주의적 통상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와 ‘보복 관세’로 상징되는 돌발적인 통상정책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을 혼란스럽게 한 것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과의 협력 등을 통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칠 것이란 분석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통상 질서가 안정되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 여건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설송이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통상정책은 대기업 위주의 이익보다 불평등 해소와 규범 중심 같은 가치를 우선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도 고민할 문제”라고 했다.　

　대중 수출이 한국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중 갈등은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바이든 정부는 경제 분야와 관련해서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되 환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선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중국을 대상으로 한 추가관세 등 미국의 대중 통상 압박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중간재 수출이 대중 수출의 70%를 차지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위축되면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방향도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다. 재닛 옐런 초대 재무장관 지명자는 19일(현지 시간) 상원 금융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수출 경쟁력을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최근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제시한 만큼 시중에 달러화 공급이 늘면서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달러 약세에 따른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도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달러 약세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등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한다면 한국 증시에 유동성이 확대되고 추가 상승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 풍부한 국내외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온 국내 증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충현 balgun@donga.com · 신나리 journari@donga.com